‘동맹비용’ 내라는 트럼프.. 한미FTA·방위비 협상 압박 예고

      2017.01.24 17:34   수정 : 2017.01.24 22:08기사원문



"내각 인선 과정이 끝나기 전까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에 대해 정확히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트럼프의 한반도정책을 안다고 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대북정책과 한반도 안보를 맡을 국무부나 국방부의 동아태 차관보로 거론되고 있는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교수가 최근 밝힌 의견이다.

내각이 짜이고 나서도 정책팀 구성에 수개월이 소요되는 미 행정부 특성상 아직 한반도정책은 밑그림도 나오지 않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보좌관,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이 결정되는 올 상반기 말 이후에야 한반도를 비롯한 아·태 전략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직후 북미자유무역협상(NAFTA) 재협상에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라는 강수를 뒀고, 외교.안보라인이 매파나 기업인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대선 당시 했던 공약들이 빈말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거래와 협상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 특성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정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는 실무적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안보는 북한이 여전히 최대 변수가 되겠지만 한·미 양자 틀보다는 한.미.일 협력에 의존할 것으로 이들은 분석했다.

■"동맹비용 내라"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미국 우선주의'를 명시적으로 가동시켰다. 취임 이틀 만에 NAFTA 재협상에 나섰고 TPP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보호무역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 때 내놨던 공약으로, 실제 정책에 반영된 것에 관심이 쏠린다. 당시 그가 한·미 FTA에도 공격의 날을 세운 만큼 다음 타깃은 우리나라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한·미 FTA는 다중협력 틀을 가지고 있는 안보 이슈와 달리 양국 간 독자적 협상이라 조정의 여지가 더 크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미주연구부장은 "한·미 FTA는 우리뿐 아니라 미국 입장에서도 자유무역의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취임 이후 멕시코(NAFTA)에 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어느 정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동맹에 대한 비용 청구"라고 말했다.

국립외교원 조양현 교수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안보문제도 경제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면서 "동맹 여부를 막론하고 양자교섭을 통해 환율.무역역조 시정, 시장개방 등을 압박하고, 한·미 FTA를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 올해 말 협상 시점이 도래하는 주한미군 방위비협상에서 우리나라에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시나리오 역시 자연스럽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분담금협상은 정례적인 것"이라면서 "양국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서 상호 한·미 동맹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지혜들을 모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립외교원 최우선 교수는 "방위비 분담 문제에 있어 한국은 단순히 외교적 압력에 대응하는 차원이 아니라 안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국방비 증액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사일 방어, 킬체인(kill chain) 조기구축 등 국방에 돈을 더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미국은 첨단 미사일방어체계(MD) 개발과 함께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무기 판매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들 것"이라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으로선 앞으로 심화될 미.중 갈등으로 인해 더욱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에는 한·미·일

'미국 우선주의'를 말하는 차기 미 행정부에서 대북제재는 더욱 노골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미 양자보다는 한·미·일의 협력 틀에서 공고하게 작동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빅터 차 석좌교수도 최근 "한.일은 양국 관계는 어려웠지만 북한과 중국의 위협 때문에라도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과 중국을 공동으로 견제하기 위해 위안부 갈등 등 한·일 간 과거사 문제는 원만히 해결돼야 한다는 취지를 내비친 것이다. 추후 한·일 갈등이 미국의 안보압박에 졸속으로 봉합될 여지를 담고 있는 시각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이후 유일하게 언급한 한반도 안보 문제다. 박 교수는 "현재로선 북한 문제를 미국이 주된 관심사로 두겠다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북한이 미사일로 도발할 경우 미국 측은 전통적으로 취임 초기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을 하겠다는 명분이 강하기 때문에 그에 입각해 북한 응징에 세게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한국을 떠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은 상황이라 마크 내퍼 공사참사관의 대행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과 지역패권 경쟁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주한대사의 공백이 길어지면 한·미 간 정책을 조율하는 데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일본이 중국.북한 위협론을 내세워 미국의 안보 파트너로서 자리를 잡아갈수록 한.일 및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면서 우리의 대외관계가 미.중.일 간의 전략적 대결구도 안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사드 배치 이후에도 북핵 문제가 악화될 경우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미국 MD 상호 운용이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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