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몰락에 전시 선박 모형도 쓸쓸히 퇴장

      2017.01.24 18:53   수정 : 2017.01.24 18:53기사원문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빌딩(현 유수홀딩스 빌딩)의 상징물이었던 대형 선박 모형들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함께 쓸쓸하게 퇴장했다. 한진해운 빌딩 로비와 각층에 비치됐던 10여척의 선박모형 전시물들은 최근 이전한 대신증권 앞 '황소상'과 함께 대표적인 여의도 명물로 여겨졌다.

특히 한진해운 빌딩 로비에 전시됐던 2m에 달하는 초대형 선박모형인 '한진 수호호'와 '한진 리자오'는 철거 전까지 한진해운 여의도 본사 로비에 터줏대감처럼 나란히 전시돼, 방문객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24일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의 상징물중 하나였던 '한진 리자오' 벌크 선박 모형을 인근 여의도 해운빌딩 로비로 옮겨 지난주부터 전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로) 선박모형들이 박물관에 가거나 사라지는 것보다는 해운빌딩에 전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전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한진 수호호 선박모형을 가져오려고 했는데,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로 했다고 전해 들어서, 할 수 없이 남아 있는 '한진 리자오'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선주협회는 '한진 리자오'와 함께 한진해운의 8층에 전시해왔던 컨테이너 선박 모형 1척도 함께 덤으로 받았다. 해운빌딩에 새 터를 잡은 한진해운 선박모형 전시품에는 한진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Remember Hanjin'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하지만 내부 조율과정에서 'Hanjin' 이라는 명칭은 다시 삭제하기로 했다고 선주협회측은 전했다.

한진해운 빌딩 로비에 비치됐던 또 다른 대형 선박모형 전시물인 '한진 수호호'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운영중인 유수홀딩스에서 가져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수호호는 한진그룹 창업자인 조중훈 전 회장의 4남1녀 중 3남인 고(故) 조수호 회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한진그룹 차원에서 의미가 깊은 선박이다. 조수호 회장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남편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06년 지병의 별세할때까지 한진해운의 토대를 다진 경영자다.

한진해운의 전직 관계자는 "한진 수호호 선박모형이 지난달에 갑자기 사라져서 행방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전시물이 최근 최 회장이 경영하는 유수홀딩스 소유로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에게 한진 수호호는 남편의 이름이 새겨진 전시물이라는 점에서 소중하게 여겨진 셈이다.

대형 선박모형은 선박을 새로 건조할 때 기념으로 실물과 똑같이 축소해 수작업으로 제조된다. 선박의 손잡이 난간까지 고도로 정밀하게 재현하기 때문에 가격은 수천만에서 비싼 것은 억대를 호가하지만 전시물이라서 매매 대상은 아니다. 정밀한 선박모형 전시물은 망실을 막기 위해 대형 유리관 안에서 전시를 해야 한다. 이송을 위해서 무진동 트럭을 사용해야 하기때문에 운반비용만 700여만원이 넘게 소요된다.


한진해운 상징물 철거와 함께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빌딩은 한진의 자취는 대부분 사라졌다. 앞서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한진해운 간판이 먼저 철거됐다.
그 자리에는 건물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유수홀딩스 간판이 내걸렸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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