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탄핵 '법치'가 흔들려선 안된다
2017.01.26 15:32
수정 : 2017.01.26 15:32기사원문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관련법 절차에 따라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뒤탈이 없으려면 박 대통령측 반론권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얘기다. 촛불 시위와 국회의 탄핵소추를 부른 작금의 국정농단 스캔들에서 대통령의 잘못이 없다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책임이 탄핵사유가 될 만큼 충분한지에 대해선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회 스스로 "새 의결서를 제출하겠다"며 탄핵소추안의 오류를 인정한 마당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탄핵 심판을 강행한다면 법리상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될 판이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나 뇌물수수 등 수사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소추안에 포함시켜 놓고 "입증 책임은 피고가 져라"는 식이라면 말이다. 까닭에 퇴임을 앞둔 박한철 헌재소장이 탄핵 결정 시점을 3월 13일로 못박은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9명의 헌재 재판관 중 조만간 2명이 궐위되는 상황이라 6명이 필요한 심판 결정은 대표성에 하자가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는 국회가 후임 헌재소장과 재판관 임명에 협조해서 푸는 게 정도다. 헌재는 조기대선을 바라는 정치권에 편승하는 듯한 오해를 사지 말아야 한다.
특검도 헌재도 광장의 성난 민심에 휘둘리는 조짐이 없지 않은 가운데 고립무원의 대통령이 여론에 하소연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는 간다. 그래도 장외 해명이 온당한지는 의문이다. 헌재에서 해야 할 항변권을 언론을 통해서만 행사하는 건 길을 두고 뫼로 가는 꼴이다. 촛불 집회를 광우병 집회에 빗댄 것도 문제다. 허위가 부풀려져 광우병 시위가 촉발됐지만, 이번엔 대통령이 국정 사유화라는 자책골로 촛불을 점화시킨 게 아닌가.
이대로 간다면 '촛불'과 박사모 중심의 '맞불'이 부딪히는 사회적 내전 속에 다음 대선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 후유증은 가공할 것이다. '촛불'이든 '태극기'든 헌재의 결정에 여하한 외압도 행사해선 안 된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적 전환기인데 우리만 법치가 실종된 '낡은 정치'에 갇혀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