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어 구제역까지.. 구멍뚫린 방역에 식탁 물가 ‘비상’

      2017.02.06 17:32   수정 : 2017.02.09 23:53기사원문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11개월 만에 다시 구제역이 발생하며 방역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발동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또다시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연초부터 고공행진하고 있는 '식탁물가'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계란과 농수산물 가격이 폭등하며 체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두자릿수를 웃도는 가운데 쇠고기.돼지고기 가격마저 인상될 경우 서민들의 먹거리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뚫린 '허점투성이' 방역체계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의심신고가 접수된 충북 보은의 한 젖소농장에서 사육하던 195마리의 젖소를 정밀검사한 결과 구제역으로 최종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젖소 195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구제역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이어 전북 정읍의 한우농장에서도 한우 48마리 중 6마리에 '침흘림' 증세가 발견되는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돼 정밀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이에 방역당국은 이날 오후 6시부터 8일 0시까지 30시간 동안 모든 축산농가에 '스탠드스틸'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이 발동되면 축산관련 종사자, 차량의 축산농장 또는 축산관련 작업장 이동이 전면 금지된다. 충북과 전북 지역의 우제류 가축에 대해선 이날 오후 6시부터 14일 오전 0시까지 7일간 타 시도로 반출을 금지키로 했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기준 백신 항체 형성률이 소 97.5%, 돼지 75.7%로 높아 전국적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지만 확산 우려는 여전하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정읍 젖소농장은 항체 형성률이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치는 20%가량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은의 우제류 사육농가 1037곳의 5만7000마리를 포함, 전국에 사육 중인 소.돼지 등에게 백신 추가 접종을 할 방침이다.

■체감물가 상승에 서민들 '시름'

AI 사태에 이어 구제역이라는 돌발 악재까지 발생하면서 물가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 올라 4년3개월래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또 서민생활과 직결된 채소, 과일, 생선 등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2.0% 올라 201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5개월째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 외에도 계란이 1년 전보다 61.9% 껑충 뛴 데다 태풍 피해로 작황이 부진한 당근(125.3%), 무(113.0%), 배추(78.8%) 등 농산물 가격도 급등했기 때문이다.

자칫 방역당국이 AI 사태와 같이 구제역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체감물가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물가 지수 전체 가중치(1000)에서 돼지고기 가중치는 9.1이다. 단일항목 중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는 아니다. 농축수산물 항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체감물가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통상 구제역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돼지고기와 쇠고기 소비를 줄여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후 구제역 사태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 줄어든 공급량과 사육량이 소비자의 수요를 맞추지 못해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사상 최대 피해를 낸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 경북 안동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견된 후 6개월간 전체 사육돼지의 30%에 달하는 약 348만마리가 살처분.매몰됐다. 10마리 중 3마리가 살처분된 셈이다. 상당수 돼지 도축장이 폐쇄돼 구제역에 감염되지 않은 돼지가 유통되지 않은 점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실제 2011년 7월 당시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무려 41.2%가 올랐다.
역시 구제역이 발생했던 지난해 6월 그해 2월보다 도매가격이 60% 이상 상승했다. 더욱이 햄, 소시지 등 2차 가공식품과 유제품에도 원가상승 압력을 줘 가격 줄인상이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구제역이 어느 정도 피해를 미치는지 추이를 먼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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