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4차 산업혁명 논의와 소외된 리스크 문제
2017.02.06 23:18
수정 : 2017.02.16 19:26기사원문
리스크 관리는 일반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위험요소의 내용이나 그 영향을 분석하고 위험요소 처리 수단의 선택과 그 결과를 검토해 과학적인 대안이나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말한다.
즉,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인가를 사전에 구명하고, 준비하는 활동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사건에 대한 구명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와 그 사건들로 인해 원하지 않는 다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거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을 제거하거나 줄일 수 있는 활동을 망라한다. 이런 점에서 리스크 관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며, 이러한 관리활동을 통하여 예기치 못한 사건에 대한 '사후대책' 보다는 '사전대책'을 먼저 관리할 수 있어야한다.
이제 우리사회는 4차 산업혁명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을 장밋빛 성장동력으로만 바라보고 있지, 규제개혁이나 구조조정, 대량실업 등 문제점과 리스크에 대해서는 논의를 안 하고 있는 듯하다.
4차 산업혁명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며, 이는 리스크 사건이다. 리스크 관리는 100%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위험이 될 수 있다. 리스크 대응계획은 시기가 적절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논의와 더불어 리스크 문제도 논의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연결시대·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노동소득은 줄어들고 자본소득이 높아져 소득불평등이 심화한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고립주의를 외친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득세는 분노가 있으며, 그 분노의 이면에는 불안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기술로 융합시키고,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없애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며,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은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데이터 연결이 세계를 고립시킨다.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이른바 민주주의 선진국에서 시작된 정치적 이벤트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꿀 기세이다. 고립주의·보호무역주의가 4차 산업혁명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추론해 본다.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켜서 정치적으로는 고립주의가,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한다는 역설이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초연결시대과 고립의 시대가 병존하는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놓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맞붙었다. 4차 산업혁명 공약을 둘러싼 두 대선주자 간의 토론이 신선하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에선 아직도 초연결기술과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장미빛 미래를 가져오고, 사물인터넷(IoT)을 구축하고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4차 산업혁명의 경쟁력이 생길 것 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로 인한 피로도와 불안요소 증가, 환골탈퇴에 따른 고통이 수반되는 등 많은 리스크를 갖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서비스와 대량생산 서비스체제를 와해시키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보다 전체적인 일자리 급감, 빈곤, 양극화, 중산층 몰락 등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는 안 들린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회 이외에 리스크와 문제점을 공론화하여야 한다. 그래야 그 피해를 줄일 방법에 대한 논의가 생긴다.
이런 급변의 시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어디까지 정부가 역할을 수행해야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어느 정치인은 21세기 자율경제 시스템에 걸맞게 국가가 시장과 기업을 놓아주라는 얘기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정부가 아니며, 정부는 길만 터주고 나서진 마라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 관료들은 허가권, 규율제정권 등을 자신들이 쥐고 있는데 자신의 권리와 기득권을 정치권에서 내려놓으라고 한다고 해도 과연 내려놓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 내에서도 각종 규제개혁 법안이 통과가 안 되고 있다.
그런데 신사업으로 돈을 벌게 될 신기술 플랫폼 사업자가 기존사업 퇴출자,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배려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리사회는 아직까지 사회적 책임논의가 약하다. 그렇다면 소비자주권 보호로 얻어지는 사회적 이익이 기본 이익침해보다 크다면 신기술플랫폼 사업자 또는 국가가 피해에 대한 보상책으로 기존 개인택시 면허권을 다시 사주던지 하는 대책을 마련해줘야지 막연히 '소비자 주권시대'이니 규제를 철폐하고 새로운 시장을 인정하라고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신뢰의 원칙에 반한다.
4차 산업혁명은 소비자, 사용자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그를 위해 기존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서비스 창출, 사고의 전환과 실행에서 시작된다.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인 '우버'는 '정부규제주권 시대'에서 새로운 질서인 '소비자주권 시대'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기존 택시사업자와 노조가 붕괴되고 새로운 소비자와 공급자가 함께 참여하는 택시서비스 '우버'가 등장한 것이다. 구질서가 사라진 후에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것은 실로 혁명에 가깝다.
그런데 소비자 주권을 과다하게 촉진하는 결과는 그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비어있게 되는 문제점을 초래할 수도 있다. 주머니에 돈이 없는 '소비자의 주권논쟁'은 공허한 것이다.
따라서 골목상권, 영세업자 붕괴의 아픔을 최소화하면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소비자주권시대'로 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의 전제요건은 먼저 신사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하고, 또한 노동조합, 기존사업자 등과 신기술사업자간의 이해관계의 조율도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그것은 생각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다. 안전벨트가 불편하다해서 안전벨트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자유경쟁도 필요하지만, 한도를 넘지 못하게 하는 국가의 규제도 일정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하준 교수 같은 반신자유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복지확대와 고용안정이 있어야 경제민주화도 의미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혁명·혁신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이해관계자들이 다 잘 살 수 있도록 룰이 작동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규플랫폼 사업자 또는 국가가 기존사업자의 문제해결에 대해서 사회안전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미래를 위한 혁신을 도입하였으면 한다. 혁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이다. 그 혁신은 도전적일 만큼 빨라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모든 것을 챙기는 시대는 지났지만 새로운 경제질서에 맞는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적극수용하되, 경제사회 리스크관리커뮤니케이션을 해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해관계자간 이해상충과 갈등을 합리적으로 극복하면서 민주주의는 성숙해지 마련이다.
반도헌 GRC코리아 감사·경영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