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자치구, 정규직 뽑아 '무기직 전환'으로 허위보고

      2017.02.12 16:53   수정 : 2017.02.12 22:20기사원문

서울지역 자치구들이 신규 채용한 정규직을 무기직 전환실적에 포함, 정부 시스템에 기재한 사실이 밝혀졌다. 일부 자치구는 다른 기관의 전환실적을 해당 구의 실적처럼 작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무기계약직 전환과 신규 채용 방식은 다른 것으로, 지자체의 무리한 '실적 쌓기' 표본이라고 지적한다.



공공기관은 지난 2011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 따라 매년 기간제근로자를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대상자를 선정, 단계적으로 정규직화 해야 한다. 이 실적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개선시스템'에 등재, 공개되며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에 반영된다.

■고용개선 대책, 실적 부풀리기 전락

파이낸셜뉴스는 12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도봉, 강북, 동작 등 서울시내 9개 자치구로부터 '기간제 근로자 정규직 전환실적' 자료를 받아 1435명의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 전환대상자와 전환실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정부시스템에 등재된 수치와 달리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선정된 기간제근로자가 실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고용부, 자치구 등에 따르면 이들 9개 자치구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기간제법에 따라 전환대상자로 선정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194명이다.
자치구들은 이중 123명(전환율 108%)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공공부문 비정규직개선시스템'에 등록했다. 기간제법에 따라 상시 지속적으로 근무한 기간제근로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각 구청은 자체 평가를 통해 기간제근로자 중 전환대상을 매년 선정한다.

그러나 자료 확인 결과, 실제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35명에 불과했다. 82명은 신규채용한 것이었고 6명은 다른 기관의 실적을 포함시킨 것이었다. 구청들은 정확한 정보를 정부시스템에 작성하지 않고 모두 전환 실적으로 표기한 셈이다.

특히 도봉구는 이 기간 기간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대상(6명) 대비 전환실적(23명)이 383%에 달했지만 실제로는 2015년 14명의 방문간호사와 2명의 사회복지사를 신규 채용했다. 2013년 6명의 실적은 다른 기관인 도봉구시설관리공단의 전환를 포함해 반영했다. 도봉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공단의 전환 실적이 구청 실적에 반영된 이유는 모르겠다"며 "기간제 근로자 운용은 구청과 별개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구청 역시 25명의 방문간호사를 신규 채용하고 기간제근로자 전환실적으로 정부시스템에 등재했다. 강동, 동작 등 4개 구청 역시 신규채용을 전환실적으로 등재했다. 복수의 구청들은 "신규 채용 역시 기존 기간제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로, 전환 실적이고 실적이 구청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포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규채용과 기간제 전환 개념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상혁 한국노총 노무사는 "전환 대상으로 선정된 기간제근로자가 정규직으로 계약이 바뀌는 게 전환인데 신규 채용은 대상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특별한 과정을 거쳐 채용하기 때문에 전환 개념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34건의 전환 실적 역시 전환대상으로 선정된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화 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노총 공무직 노조가 지난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기간제 근로자 정규직 전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실제 전환된 사람은 1명도 없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구청마다 시비, 국비 지원을 받는 근로자들을 전환했는데 이들은 전환 대상이 아닌 근로자들이고 실제 전환 대상은 모두 해고됐다"며 "비정규직 대책을 통해 기존 기간제근로자가 모두 피해만 입었다"고 밝혔다

■"매년 해고되는데. 전환실적이라니..."

실제 구청들은 시 혹은 국비 지원을 받는 업종에 한해 대부분 무기직 전환,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했다. 특히 서울시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방문간호사 사업을 진행하면서 임금을 지원하는 방문 간호사가 전환 대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복수의 구청 관계자는 "예산 한계상 구비 100%로 운영되는 청소 인력 등은 사실상 전환 채용이 어렵고 당장이라도 시의 지원을 받는 업종을 전환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수년 동안 구청 업무에 종사하며 정규직 전환대상으로 선정된 기간제근로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3년째 구청 환경미화원으로 일한 박모씨(43)은 "구청 청소 직원 가운데 정규직 전환된 사람은 1명도 못봤다"며 "사실 우리는 매년 해고되는데 구청에서 매년 전환 실적이라고 정부에 보고하는 것을 보면 답답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원칙적으로 신규 채용을 전환 실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신규 채용과 전환은 전혀 다른 개념이고 정규직 전환 계획을 세울 때 신규 채용 인원은 처음부터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전환 실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적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부 구청이 신규채용을 실적으로 올리는데 고용부에서 검토해 일부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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