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로 돈 안도는 한국경제.. 高물가까지 덮쳐 ‘내수 빙하기’

      2017.02.12 17:41   수정 : 2017.02.12 17:41기사원문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심리가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매출이 급감하면서 '내수절벽'이란 탄식까지 나온다. 기업의 이익이 가계로 흘러들어가지 못한 게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실제 소비심리는 7년10개월 만에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체감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소비심리, 7년10개월 만에 최악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을 기록,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102.0이던 이 지수는 11월 95.7, 12월 94.1에 이어 올 1월까지 석달 연속 감소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소비자심리지수가 7년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좀처럼 늘지 않는 가계소득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용근로자가 5인 이상인 사업체에 종사하는 상용.임시.일용근로자의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2016년 3.4분기 현재 366만원이다. 지난 2013년 당시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29만원으로 4년여 동안 불과 1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기업들의 이익은 상대적으로 큰 폭 늘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3년 70조원이던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은 2015년 90조원으로 3년간 20조원(28%) 늘었다. 작년 3.4분기까지 순이익은 84조원으로 남은 4.4분기를 감안하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은 4년 만에 30조원(40%)이상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코스닥 상장사 순이익의 증가폭은 더 크다. 2013년 1조5000억원에 불과했던 순이익은 2015년 5조3000억원(253%)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9월까지 거둔 순이익이 4조2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년간 약 270% 이상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들의 이익이 가계로 흘러들어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정부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경환 전 부총리의 '기업소득환류세제' 처방이 처음부터 '눈 가리고 아웅 식'이었다는 것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이 한 해 이익의 80% 이상을 투자, 배당, 임금 인상분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는 제도로 최 전 부총리 당시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투자와 배당, 임금을 동일선에 두고 늘리라고 하면 (기업) 스스로 임금을 먼저 늘릴 기업 오너는 없다"며 "기업의 속성을 모르고 만든 제도"라고 비판했다.

■물가는 '고공행진'…"엎친 데 덮친 격"

이런 '내수절벽' 상황은 올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로 국내 소비자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앞서 '2017년 국제원자재 시장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제유가가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등으로 배럴당 50달러 초중반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안팎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상승폭이다. 이 밖에 동, 알루미늄, 아연 등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값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국내에서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물가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0.79로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리고 올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년3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

특히 실질 민간소비와 직결되는 '체감물가'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지난 1월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 속에 농축수산물 물가가 급등하며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가 각각 전년동월 대비 2.4%, 12%씩 오른 탓이다. 실제 작년 12월 기준 소매판매는 1.2% 감소하며 전월의 0.1%에 이어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의류 등 준내구재와 식료품 등 비내구재는 각각 4.2%, 1.2%씩 감소했다.

실업자가 늘며 돈을 써야 하는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01만명을 넘어서며 심각성이 가중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탄핵정국에 미국 트럼프 신정부까지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위축된 소비심리가 살아날 계기가 없다는 점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내수부진을 극복하고 국내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으로 수요를 늘려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의 충격이 국내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물가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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