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정치인가, 화근제거인가...김정남 피살 배경
2017.02.15 16:23
수정 : 2017.02.15 20:42기사원문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긴급 간담회에 출석해 김정남 피살과 관련해 이같이 보고했다고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철'이라는 이름의 북한 여권을 가진 북한인이 사망했다고 파악했지만 김정남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중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과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 교도통신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 피살을 수행한 여성 2명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의 정보위 보고를 토대로 이번 피살 사건을 요점별로 정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①누가="김정은"
우리 정부는 이번 암살을 김정은의 지시로 사실상 파악했다. 국정원은 이날 긴급간담회에서 "김정남 암살은 스탠딩 오더, 즉 김정은 집권 이후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명령이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김정은의 지시라고 입을 모았다.
아산정책연구원 고명현 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지시가 아니면 북한에서 백두혈통은 절대 건드릴 수 없다"고 했다. 세종연구원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이번 김정남의 피살에는 북한 정찰총국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요인 암살에 관여하는 정찰총국이 그동안 김정남 감시를 맡아왔다"고 말했다.
②왜 하필 지금?="꾸준한 시도…시점 중요하지 않아"
이번 피살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왜 하필 이 시점이냐'에 대해서 국정원은 5년전부터 꾸준히 김정남에 대한 암살시도가 있었다면서 시점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봤다.
국정원은 "2012년에 본격적인 시도가 한 번 있었고, 이후 김정남은 김정은에게 '저와 제 가족을 살려 달라'며 가족 응징명령 취소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찰총국 등이 지속적으로 암살 기회를 엿보고 준비해왔고, 결국 오랜 노력의 결과로 이번 암살이 시행됐다고 국정원은 파악했다.
③도발의 연장?="아무 상관 없는 개별 사항"
김정은의 오른팔로 불리던 군부 실세 김원홍의 숙청(1월)과 지난주 미사일 도발에 이어 이번 피살까지 연쇄적으로 일어난 데 대해서는 "상관 관계가 약하다, 공교롭게 그렇게 됐을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김원홍 숙청, 미사일 도발, 이번 피습이 유사한 시기에 발생했다고 엮는 것은 본질과 맞지 않는다"면서 "이번 피살은 어차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지금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④그렇다면 왜?="정적 제거 혹은 망명 시도"
국정원은 피살 배경에 "김정남을 통치 위협으로 인식하는 등 계산적 성격보다 김정은의 편집광적 성격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했다. 언제고 제거했을 잠재적 정적(政敵)을 이번에 제거했다는 것.
전문가들도 체제 내부의 불안이나 변동이 아닌 자신감에서 온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김정은이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을 원천 제거한 것이라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왕조국가인 북한에서 권력의 정당성은 백두혈통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 관점에서 김정일의 장자인 김정남은 북한내 권력 엘리트들이 그를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는 상징"이라면서 "김정은은 북한 내 엘리트들이 뭉칠 수 있는 구심점 자체를 없애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차 연구위원도 "혹시라도 모를 변수를 완전히 제거해 1인 독재를 공고화하겠다는 취지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망명설도 유력하게 흘러 나온다. 정 실장은 "북한의 김정남 암살은 최근 국내의 한 언론이 2012년 김정남 한국 망명 시도설을 보도한 것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며 "김정은이 그 보도를 보고 격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현재 대북관계에 있어 이렇다할 치적이 없던 우리 정부에서 김정남 망명을 타진하다가 적발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⑤북한 격변 가능성은?="거의 없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나 격변 가능성을 전문가들은 낮게 봤다.
김근식 교수는 "현재 북한 내부에서 동요가 있는 것 같진 않다"면서 "김정은이 이미 권력을 장악하고 북한 내 엘리트들이 저항할 수 없게 해놨기 때문에 최종 마무리 단계로 김정남을 죽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 연구위원도 "북한은 불안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김정은이 권력에 대한 강박관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체제 내부가 흔들리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