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도 싫다는 상법 개정, 정당성 잃었다

      2017.02.17 17:20   수정 : 2017.02.17 17:20기사원문
중소.중견기업들이 야권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16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권을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주장하며 상장회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중단해줄 것을 요구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상법 개정안의 정당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야권은 재벌개혁을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기업 대주주의 경영권에 대한 과잉규제로 정상적 기업활동만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재벌개혁은 소수 재벌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함으로써 중소.중견기업을 보호.육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중견기업들이 반대한다면 그런 상법 개정은 재벌개혁으로 보기 어렵다. 최근의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일 뿐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이 경제민주화 법안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이사 선임 때 의결권을 한곳에 몰아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집중투표제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감사위원을 따로 뽑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이다. 그러나 법안의 취지와 달리 소액주주가 아니라 해외 투기자본만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배주주의 전횡을 방지한다는 미명하에 기업사냥꾼들만 활개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SK와 KT&G에서 뭉칫돈을 뜯어간 소버린과 칼 아이칸의 사례를 경험하지 않았는가.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 사이에 반(反)재벌·반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 선거철만 되면 단골메뉴로 나오는 상법 개정안은 이런 정서에 편승한 선명성 경쟁의 측면이 다분하다. 기업들도 불투명한 경영행태를 고쳐야 한다. 그렇다 해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권은 재계의 반발이 커지자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일부 내용만이라도 이번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그러나 2월 말로 시한을 정해 밀어붙이기 식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투자는 더욱 위축되고 많은 기업을 해외로 내쫓는 결과가 될 것이다.
정치권은 경영권에 대한 과잉규제와 경영 현실을 모르는 이상론이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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