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테크센터' 보잉 787-9 핵심부품 공급.. 항공기 제조산업 '메카'

      2017.02.19 17:11   수정 : 2017.02.19 17:11기사원문

【 부산=오승범 기자】 김해공항 착륙전 활주로 서편을 바라보면 맞닿아 있는 논과 밭사이로 수십개의 건물들이 계획된 미니도시처럼 오밀조밀하게 밀집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현지 토박이들도 평범한 산업 단지쯤으로 여기는 곳이다. 하지만, 과거엔 보안 유지 때문에 '새마을 공장'으로 부르며 정체를 숨겼던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다.

1976년 설립된 이후 민항기 정비뿐 아니라 F-16, UH-60, 링스헬기를 비롯한 한.미 군용기의 성능 개량과 창정비, 무인기.인공위성.우주발사체 개발 등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사업장이다. 이 때문에 외부에 공개된 건 5년밖에 안됐다.


■한국 항공기 제조 산업의 메카

지난 17일 테크센터 정문을 통과하자 건물들 사이로 중정비 대기중인 여러대의 보잉 747과 평소에 직접 보기 힘든 군용기들이 눈길을 잡았다. 전체 면적은 여의도 공원의 약 3배인 70만㎡. 총 66개동에서 여객기, 군수송기, 공격용 헬기, 전투기 등을 정비하거나 성능 개량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됐다. 높이 30m,세로 100m, 가로 200m 등 축구장 크기의 두배가 넘는 격납고엔 보잉 747기 2대가 한꺼번에 오장육부를 드러낸 채 착륙장치 교체 등 정비를 받고 있었다. 후문에선 수송기도 순서를 기다렸다.

아.태지역 최대 규모인 군용기 공장에선 단단한 갑옷을 벗은 미국 공군 F-15 전투기 등이 수백개의 전선을 밖으로 꺼내놓은 생경한 광경이 펼쳐졌다. F-15는 개발된지 40년이 넘었지만, 테크센터를 거치면 신형 못지 않은 위용을 뽐낸다. 현장 관계자는 "전투기 수명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라며 "3~4년 주기로 전자장비 등 내부 시스템을 최첨단 사양으로 교체하면 성능이 크게 업그레이드 된다"고 설명했다.

수년전부터 군용기 공장에서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는 분야는 무인기이다. 현재 개발된 무인기는 500MD 헬기와 사단용 무인 정찰기 등이다. 사단용 무인정찰기의 경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해 올해 공급을 앞두고 있다. 1977년 국내 최초로 항공기 조립생산을 통해 500MD 헬기 1호기를 출고한지 40년만에 실전용 무인정찰기를 개발해 공급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테크센터는 국산 최초 전투기 'F-5' 1호기 출고, 미군 F-16 전투기 1호기 출고, 보잉 787 국제공동개발사업 등 한국 항공기 제조산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2025년 매출 3조 넘어선다

대한항공이 오는 27일 1호기를 시작으로 총 10대를 순차적으로 들여오는 보잉 '787-9' 드림라이너의 부품도 테크센터에서 생산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보잉 787에 적용되는 동체 뼈대인 '스트링거', 후방동체, 동체 압력 차단벽, 날개 끝단 장치 '레이키드 윙팁', 날개 구조물 '플랩 서포트 페어링' 등 5대 핵심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는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실적호조와 성장 전망의 주된 동력이 되고 있다.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은 1조269억원으로 대한항공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한다. 영업이익률도 10%를 웃돈다. 매출은 오는 2020년 2조를 넘어 2025년에는 3조원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 매출 비중은 항공기부품제조 49%, 군용기 항공정비(MRO) 29%, 민항기 MRO 12%, 무인기 10%선이다. 매출의 절반가량을 보잉 787 등에 탑재되는 항공기 부품에서 올리고 있다. 보잉 787의 부품 개발과 주력 생산기지는 테크센터의 복합재 2공장이다.
공장 벽면 한가운데에는 대형 스크린을 연상케하는 빨간색의 보안 출입문이 있다. 공장내 또다른 공장으로 통하는 곳이다.
외부 공개가 철저히 차단된 이곳에선 탄소섬유, 유리섬유 등으로 787 핵심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winwin@fnnews.com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