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다문화특구..“다양한 인종 용광로.. 한국 속 지구촌”

      2017.02.20 17:18   수정 : 2017.02.20 21:06기사원문

알 수 없는 외국어로 적힌 간판들. 바람에 나부끼는 세계 각국의 국기와 귓가를 스치는 제각각의 언어들. 국내 최대 외국인 밀집지역인 경기 안산 다문화특구의 첫인상이다.

차를 타고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부부로에 진입하자 빼곡히 들어선 저층 주택과 상가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에워싼 고층 아파트 단지와는 대조를 이룬다.

골목 곳곳에서 마주친 외국인과 외국어는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다. 그야말로 한국 속 지구촌의 모습이었다.

■다양한 인종 용광로…95개국 7만7332명 거주

20일 경찰청과 안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안산 다문화특구에는 총 95개국의 외국인 7만7332명이 거주하고 있다. 국적은 한국계를 포함한 중국이 4만5496명으로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어 우즈베키스탄 6731명, 베트남 2454명, 인도네시아 1357명, 필리핀 1211명, 러시아 453명 등이다.
대부분 취업비자로 일을 하고 유학생이나 결혼이민자도 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곳에 거주하는 것은 교통과 일자리, 주거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서 가깝고 집값도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초기에는 시화공단, 반월공단에서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들이 몰렸지만 최근에는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특히 전국 최초로 다문화지원본부가 설립되면서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다문화지원본부는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정착과 교육, 취업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다문화지원본부 관계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결정) 영향으로 지난해 일시적으로 중국인이 줄었지만 러시아나 다른 나라 사람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방관자적 자세가 아닌 우리 국민으로 대우해주면서 문화가 달라 적응하기 어려운 외국인들을 협력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리 곳곳은 여러 나라의 문화가 뒤섞여 독특한 매력을 뽐냈다. 빛바랜 저층 건물은 화려한 간판과 조화를 이루며 오래된 도시의 느낌을 연출했다. 다양한 외국어로 적힌 간판 사이로 한글 간판이 오히려 이국적으로 보였다. 중국어를 비롯해 미얀마어, 네팔어, 아랍어 등 생소한 언어로 표기된 간판을 구경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매력 넘치는 다문화특구…외국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

외국인 상권이 확대되면서 전체 상가 중 외국계 업소는 15%를 넘었다. 고용 직원만 2500여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외국인들이 없으면 장사가 안되고 지역경제가 마비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도 특구만의 매력이다. '쇼좌빙' '지단삥' 등 이름조차 어려운 중국 대표 길거리 음식들이 후각을 자극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양꼬치 식당과 이슬람 신자들을 위한 음식인 '할랄푸드(Halal Food)' 식당의 화려한 외관도 눈길을 끌었다. 정통 인도.미얀마.네팔식 음식을 하는 식당도 있었다. 대부분 식당이 지저분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달리 깔끔한 맛과 멋을 자랑했다.

은행과 부동산, 편의점 등에서는 중국어를 비롯해 영어, 일본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쉽게 구하기 어려운 여러 나라의 식료품점, 우즈베키스탄과 파키스탄,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다양한 국가로 가는 항공권을 판매하는 여행사도 많았다. 노래방과 미용실, 인력소개소, 고시원 등 없는 것이 없었고 대부분 외국어로 안내를 하고 있었다. 세계문화체험관도 있어 전통 의상이나 음악, 책 등 각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특구는 평일에도 사람이 많지만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동포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전국의 외국인부터 외국의 음식과 문화를 접하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까지 유동인구가 급증한다. 외국인 상업 장려에 따라 매년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현재 안산 인구의 10% 정도인 외국인 비율은 향후 5~10년 내 20%가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안산 다문화특구의 최대 장점은 내.외국인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사회가 조성됐다는 점이다.
경찰과 지역사회, 주민 모두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치안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구 담당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싸움과 소음, 쓰레기 투기 등 무질서가 만연했지만 이제는 범죄도 줄고 지역 주민들도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면서 "외국인들도 가족을 부양하며 평범하게 사는 우리 이웃에 지나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구의 상징과도 같은 다문화지원본부 앞 만국기 동상에 새겨져 있는 '우리는 하나 -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가슴에 남는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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