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산 지자체에 "소녀상 옮겨라" 공문

      2017.02.23 06:00   수정 : 2017.02.23 06:00기사원문
정부가 부산 동구청 등 지자체에 '국제 예양과 국내법에 어긋나는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부산 지자체, 시민단체간 '2차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정치권과 정부, 부산 지자체 등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14일 부산시청과 부산시의회, 부산동구청에 "국제 예양과 도로법 시행령 등 국내법에 어긋나는 사항이므로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내려 보냈다.

부산 지자체 관계자는 이날 "일주일 전 외교부로부터 소녀상을 옮기라는 공문을 받았지만, 우리 기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월 30일 시민단체 주도로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관할 구청이 도로법 시행령 등 국내법 위반을 이유로 철거에 나섰지만 시민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다시 설치돼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부가 후폭풍을 뻔히 예상하면도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낸 것은 외교 공관 앞 소녀상 설치에 줄곧 정부가 보여온 반대 의지를 밀고 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부산 소녀상이 우리 국내법을 위반해 설치돼 상대국에 '할 말이 없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던 지난 12월 30일, 외교부는 "외교공관 보호에 관련된 국제 예양 및 관행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사실상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공식 입장을 냈다. 또 지난 1월 국회에 출석해서도 윤 장관은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중앙정부로서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일본 측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갈등이 불거진 이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줄곧 말해온 "가능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윤 장관은 특히 17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만나 소녀상 문제에 대해 "국제예양 및 관행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서 원만히 해결되도록 가능한 노력을 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 측은 주한 일본대사 복귀 조건으로 줄곧 '노력'이 아닌 '실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다시 한 번 소녀상 이전을 시도할 경우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단체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민간 단체의 일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면서 공문을 통해 옮기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중적"이라면서 "정부가 또다시 뒤로 숨겠다는 비겁한 처사"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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