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대선정국과 부처 이기주의

      2017.02.28 17:10   수정 : 2017.02.28 21:29기사원문

정권이 바뀔 때 즈음이면 으레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정부 부처의 조직개편이다.

집권자나 집권 정당의 입맛에 맞는 부처는 확대되고, 그러지 못한 부처는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해양수산부가 국토부에 통합된 후 부활했다가 다시 축소될 위기에 처해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 통상, 에너지'를 놓고 쪼개졌다가 합쳐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된 부처다.

올해는 특히 탄핵과 대선 정국이 맞물리면서 벌써부터 정부부처 조직개편이 각 유력 대선후보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흘러나온다.


조직개편의 화두 중 하나는 현재 산업부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다. 미세먼지와 경유차 배기가스, 화력발전소 오염물질 배출 등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피해가 드러나면서 이제는 에너지를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부에서 떼어내 '규제'의 환경분야에 넣어야 하는 시점이 됐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면에서 세계 수준에 올라섰지만 환경은 사실상 '서출' 취급을 받으며 오랫동안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따라서 그동안 에너지산업이 경제 논리에 매몰돼 기형적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라도 올바르게 틀을 잡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그 배경이다.

물론 산업부는 떼어낼 생각이 전혀 없다. 산업부는 이런 논리라면 에너지 가운데서도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전기, 화력, 원자력, 수력 등 에너지로 규정되는 모든 분야를 다 가져가야 하는데 현실에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환경이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사용률을 볼 때 아직은 육성을 하면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다른 당사자인 환경부는 내심 기대를 하면서도 여러 방안 중 조직에 가장 도움 되는 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환경부와 에너지를 합쳐 환경에너지부를 만들거나 국무총리실 산하의 기후변화 대응부처로 만든 뒤 환경과 에너지를 청으로 두는 방안 등이 제시된다.

정부부처의 생각이 이같이 서로 갈리는 이유는 에너지분야의 가치를 보면 짐작이 간다.

산업부에서 에너지분야 직원은 500명 가까이 된다. 환경부 본부 인원과 비슷한 숫자다. 더욱이 에너지분야는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자회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공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매출 60조1903억원을 기록한 국내 최대 공기업이다. 에너지 분야를 가져가는 부처가 인원과 막대한 자본력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그러나 자신들 입장을 힘주어 말하면서도 에너지대란 우려를 해소하면서 환경까지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부처는 없다. 그런 대책을 내놓은 부처도 찾아보기 힘들다.
탄핵과 대선 정국의 '호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셈법으로만 읽히는 이유다. 에너지와 환경은 공공의 자산이고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다.
부처 이기주의 정도로 계산기를 두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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