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나치" 발언에 유럽 정치권 '격앙'

      2017.03.13 16:17   수정 : 2017.03.13 16:17기사원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나치 잔재" 발언이 유럽 정치권의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네덜란드 당국이 현지에서 개최하려던 터키 개헌 지지집회를 불허하고 터키 각료의 집회 참석을 위한 입국을 막자 이같은 비난을 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기괴하며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격분했다.



이어 그는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와 8차례 이상 통화를 하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FP는 네덜란드 외무부 대변인이 이번 발언에 대해 터키 당국에 항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럽에서 가장 민감한 단어인 '나치'와 '파시즘'을 입에 올리자 당사국인 네덜란드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비판 메시지가 나왔다.

FT는 라르스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가 오는 20일로 예정됐던 이을드름 총리와의 회담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라스무센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에 대한 터키의 공격과 이번 회담은 분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에 앞서 집회 개최를 놓고 터키와 마찰을 빚었던 독일 당국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주 쾰른 등 독일 지방자치단체들은 터키 법무장관이 참석하려던 현지 집회에 불허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에도 에르도안 총리는 독일 정부가 "나치 같다"며 비난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 집회는 독일에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터키 경제 원조 논의를 이어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유력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판했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프랑스 내 터키 집회 금지를 요구하면서 신속히 비난 의견을 내놨다.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대선후보도 "프랑스의 동맹국인 독일과 네덜란드가 터키에 모욕을 당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FT는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등도 예정된 터키와의 대화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럽 국가와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현지 집회를 강행하려는 것은 다음달 16일 예정된 개헌 국민투표 통과를 위해 터키 재외국민의 찬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AFP는 약 550만 터키 재외국민 중 독일에만 140만명이 거주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터키 전체로 따져도 4번째로 큰 선거구다. 네덜란드에는 약 40만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투표에서 터키 국민들은 현행 내각중심제인 터키 헌법을 대통령중심제로 수정할지를 결정한다. 개헌을 통해 5년 중임 대통령제로 터키 행정부가 바뀐다면, 오는 2019년 임기가 끝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권과 의회 해산권까지 가질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것이 독재의 초석을 쌓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AP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에르도안의 터키 정부의 권위주의가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여름 일어난 쿠데타 미수 후 이같은 성향이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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