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바스프, 장기소송으로 영세한 국내 中企 경영난 심각
2017.03.13 18:06
수정 : 2017.03.13 21:56기사원문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일까.
세계적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BASF)가 한국의 중소 전자소재업체를 상대로 3년째 장기 특허소송을 이어가면서 한·독 양국 간 기술분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 바스프는 1, 2심에서 패소하고도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가 피소된 국내 중소업체의 경영 압박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장기화되면서 자금동원력 등에서 힘겨운 국내 중소기업은 영업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피소된 국내 중소기업인 타코마테크놀러지는 독자개발한 개선된 특허를 바탕으로 독일 바스프를 상대로 한 특허무효소송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지만 대법원까지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회사 성장이 어려워진 상태다.
특허소송에 걸린 회사의 제품에 대한 대량구매를 바이어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타코마테크놀러지 유미선 대표는 13일 "이미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향후 대법원에서 소송이 2년 이상 더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커질 것 같다"며 우려감을 보였다.
한국바스프 측은 이에 대해 "특허소송 상황에 대해 최근 파악에 들어가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지만, 소송이 진행 중인 것에 대해 자세한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의도적으로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기 위해서 소송의 시간을 끈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소송을 하다보면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바스프는 독일 본사의 지시를 받는 입장이라서 직접 개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독일 바스프는 이달 중에 첫 심리가 시작되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바스프, 大法서 승소해도 비난 화살
설사 바스프가 1, 2심을 뒤집고 대법원에서 이기더라도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바스프가 특허기술 침해를 주장한 기술이 불과 2년여의 유효기간밖에 남지 않은 오래된 기술이라는 점 때문이다. 바스프의 특허 유효기간이 끝나면 전 세계 누구라도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바스프가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특허기술을 내세워 영세한 국내 중소기업과 분쟁을 벌였다는 게 세계 1위 화학기업답지 않은 도를 넘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양사 간 특허분쟁에는 국내 정상급 로펌인 김앤장과 광장 간의 자존심 싸움도 걸려 있다. 바스프는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삼았고, 타코마는 맞수인 광장에 소송을 맡겼다.
한국과 독일 기업 간 특허소송이 극단으로 치닫자 중국처럼 특허괴물의 영업을 제한하는 것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특허괴물이 된 다국적기업들에 대해 저지에 들어간 것처럼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허괴물에 각국 방어 움직임
글로벌 다국적기업 간 특허전쟁은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삼성을 상대로 스마트폰 특허소송을 벌였던 애플도 퀄컴을 상대로 대대적인 소송전에 착수했다.
애플은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퀄컴이 독점유지를 위해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 중국 법원에 퀄컴의 독점기술 판매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제소했다. 애플은 이달 초에도 영국 법원에 퀄컴을 상대로 특허권 및 의장등록 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MS는 이동통신 관련 특허괴물인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전 세계 국가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MS는 안드로이드폰 관련 특허 사용료로 연간 20억달러(약 2조1000억원)를 벌어들인다.
중국은 노키아의 특허괴물 횡포를 막기 위해 MS와 노키아 간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는 대신 중국 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작에 필요한 200여개 특허권을 계속 쓸 수 있도록 압박한 바 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