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 고수들의 눈물.. 투자자문사 문닫거나 매물로

      2017.03.19 16:59   수정 : 2017.03.27 18:26기사원문
선물옵션 업계 고수들이 세운 금융투자사들이 구조조정 회오리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 자본시장을 주름잡았던 이들은 최근 시장침체로 폐업하거나 인수합병(M&A) 매물로 내놓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생상품시스템 매매의 달인 성필규 회장이 세운 피케이(PK)투자자문이 최근 주총에서 자진폐업을 결의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폐업 절차에 돌입한 만큼 향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투자자문업 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피케이투자자문이 자진폐업하면 올해 처음으로 청산되는 자문사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피케이투자자문이 변화된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회사를 설립 한 성필규 회장은 재야 선물옵션 투자 고수로 '알바트로스'라는 필명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성 회장은 2010년 자문사를 설립할 당시 시스템트레이딩(매매조건을 컴퓨터에 입력해놓고 저절로 매매되는 거래방식) 기법으로 기존 파생상품과 결합한 투자 철학을 제시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피케이투자자문의 폐업은 결국 개인들에게 선물옵션 특화 전략으로 원하는 수익률을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성 회장도 제도권 진입 이후 도이치옵션 사태 등이 터지고 당국이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데다 시장이 축소되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과거 '압구정 미꾸라지'로 불리던 윤강로 전 회장이 설립한 KR선물도 최근 매각작업에 돌입했다. 현재 이 회사는 잠재적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태핑(시장수요자 조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KR선물은 1989년 설립돼 사세를 확장했으나 2012년 이후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윤 전 회장은 2014년 파생상품 교육업체 IDS홀딩스에 KR선물을 매각했다.

IDS홀딩스에 넘어간 지 불과 3년 만에 KR선물은 또다시 매물로 나온 것이다. IDS홀딩스도 KR선물 인수 이후 수익개선에 실패한데다 최대주주와 관련된 법적소송 등도 문제가 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감독당국이 2011년 말부터 거래단위 승수를 올리고 기본예탁금 도입, 교육시간 이수 등 파생상품시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개인들의 선물옵션거래가 감소했다"며 "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증권사들까지 선물업 라이선스를 취득함에 따라 선물사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물옵션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자 한국거래소는 오는 27일부터 코스피200파생상품의 거래승수 인하 등 투자자 진입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2011년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했지만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크게 위축됐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선물거래 하루평균 계약금액은 17조110억원 규모로 최대치를 기록한 2011년의 45조4030억원 대비 62.5% 쪼그라들었다.
선물옵션 파생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선물회사들도 2009년 당시 11개에서 현재 5개로 반토막 났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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