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장벽 입찰 개시, 멕시코 정부 "참여하지 말라" 현지 기업에 호소

      2017.03.21 13:49   수정 : 2017.03.21 13:49기사원문
멕시코 정부가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참여하려는 자국 기업들에게 "양심에 따라 다시 생각해달라"며 참여 거부를 호소했다. 그러나 미국이 내건 공사조건이 현지 사정보다 나은 만큼 멕시코 기업과 노동자들이 이를 거부할 지는 미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멕시코 정부가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장벽 건설 공사에 입찰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무장관은 "(장벽 건설에) 경제적인 기회를 엿보는 기업들은 양심에 따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경제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멕시코간의 심각한 비우호적인 행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는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하는 책임이다"고 주장했다.

미 국경세관보호국과 국토안보부는 앞서 17일 입찰 공고를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약속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요구사항을 공개했다. 공고에 따르면 장벽은 양국 간 3200㎞의 국경을 따라 건설되며 높이는 지상 9.14m를 넘어야 한다.
장벽은 땅굴을 막기 위해 지하에도 최소 1.8m 깊이로 뻗어 있어야 하며 강화 콘크리트로 건설될 예정이다. 미 당국은 공고에서 장벽이 미국 쪽에서 바라봤을 때 미관상 "보기 좋아야"한다고 덧붙였다. 건설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들은 이달 29일까지 제안서와 시제품 모형을 제출해야 한다. AP통신에 의하면 총 건설비는 120억~150억달러(약 13조~16조원)로 추정된다.

FT는 국경 장벽 건설에 약 700곳의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트럼프 정부가 미 건설업체를 선호하지만 멕시코 기업들 중에서도 조명, 시멘트 업체 등 입찰을 노리는 중소기업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경 장벽건설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가 논란이 된 멕시코 시멘트 기업 시멕스는 장벽 대신 트럼프 정부가 추진할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멕시코 노동자들 또한 국경장벽을 외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FT는 미 정부가 지급할 최저임금이 시간당 10.2달러로 멕시코의 최저임금(약 4.19달러)의 2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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