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AI 비서가 먼저 말거는 시대 연다
2017.03.22 18:00
수정 : 2017.03.22 18:00기사원문
이르면 다음달부터 SK텔레콤의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비서 '누구(NUGU)'가 영화 속 사만다 처럼 이용자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 글로벌 기업들의 AI비서 서비스들이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기는 하지만, 먼저 말을 건네는 기능은 '누구'가 세계 처음으로 선보이는 기능이다.
먼저 말을 건네는 AI비서 서비스는 대화형 쇼핑(음성 커머스)이나 음성 안내 광고 등에 접목돼, 통신업계가 AI 비서로 B2B(기업 간 거래) 형태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자와 쇼핑, 금융 등 업체를 연결해주는 중개 역할을 AI 비서가 하는 셈이다.
■AI 비서 '누구'…이달말 '대화형 쇼핑' 기능 도입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출시된 SK텔레콤 AI비서 '누구'가 이달 말 대화형 쇼핑 기능을 추가하는 등 또 한 번의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실시한다. 이용자의 음성 명령에 따라 음악 재생과 날씨.교통정보 안내는 물론 제습기나 인터넷TV(IPTV) 등을 제어하고 피자.치킨 배달까지 해주는 누구를 통해 전자상거래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마존이 지난해 7월부터 AI비서 알렉사가 탑재된 '에코' 등을 통해 아마존 쇼핑을 지원하는 것과 같이, 국내 소비자들도 누구를 통해 '11번가' 같은 오픈마켓에 올라온 물건을 AI비서를 시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마존의 '알렉사 보이스 쇼핑'의 경우, 알렉사를 통해 주문한 이용자에게는 추가 할인까지 해주기 때문에 누구와 연동되는 11번가의 서비스 역시 유사한 형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가스밸브가 계속 켜져 있어요"…사전알림 추가
이처럼 '한국판 알렉사'를 지향하며 빠르게 추격해 온 누구가 이용자에게 말을 건네는 기능을 먼저 상용화하면서 '퀀텀점프(대약진)'를 이루게 됐다. 이 기능은 이용자가 AI 비서에게 명령을 내리기 전에 주변 상황을 인지한 AI 비서가 먼저 말을 건네는 형태다.
이를테면 스마트홈과 연동된 누구는 집 안의 가스차단기가 장시간 열려 있거나 세탁기 탈수 작업 등이 마무리 되면 이용자에게 알려준다. 이때 이용자가 혼자 있거나 다른 일에 집중해 있는 데 갑자기 알림 목소리가 나오면 화들짝 놀랄 수 있기 때문에, 영화 '그녀'의 사만다가 탑재된 기기처럼 감미로운 멜로디와 함께 누구의 무드등이 깜빡거린 후 말을 건넨다.
■대화형 쇼핑에서 음성 안내 광고로 진화 관측
SK텔레콤의 야심작인 누구가 명령어 기반에서 대화형 AI 비서로 진화하면서 앞으로 서비스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게다가 누구의 핵심 API(애플리케이션 개발 도구)까지 공개되면, 국내 AI 플랫폼 생태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누구가 음성 안내 광고 분야도 선점하게 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에서 '주말에 볼 영화'를 검색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앞으로는 누구에게 '이번 주말 날씨 어때'라고 물으면 '비가 올 것 같아요. 극장이나 Btv를 통해 영화 한편 감상하는 건 어떨까요'라고 답하는 형태다.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관계자는 "구글과 네이버가 포털 검색광고를 넘어 유튜브 등 동영상 재생 전 광고를 노출한 것처럼 AI 비서에도 음성광고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페이스북이 무료로 전 세계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타임라인에 중간광고를 넣어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AI 비서의 음성광고가 향후 막강한 수익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