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넉달만에 50달러 아래로.. 금값 6일간 4% 급등

      2017.03.23 17:50   수정 : 2017.03.23 17:50기사원문

국제유가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지난해 11월말 이후 4개월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셰일석유 증산 여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5월말로 끝나는 감산을 연장할 것이란 전망이 여전하지만 미 셰일석유 등의 증산이 석유시장을 앞으로도 초과공급 상태로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 자금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대규모 인프라 투자 정책 지연에 따른 실망으로 안전자산인 금쪽으로 쏠리고 있다. 금 시세는 최근 6일간 4% 이상 급등했다. 이로써 원자재 시장은 다시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브렌트유 장중 50달러 붕괴… 미 원유 재고 급증 추세

22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장중 50달러선이 무너졌다. 전일비 낙폭이 1.25달러에 이르러 배럴당 49.71달러까지 밀렸다.
지난해 11월 30일 OPEC이 감산에 합의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 후반 낙폭을 일부 만회해 결국 전일비 32센트 밀린 50.64달러에 마감했지만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다. 기술적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뉴욕유가도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20센트(0.4%) 하락한 48.04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가하락 직접 원인은 막대한 미 석유 생산물량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 석유공급은 495만배럴로 1982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산유량이 크게 늘면서 재고는 급증하고 있다. 유전서비스 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 석유생산은 5주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며 하루 913만배럴로 늘었다. 지난해 2월 이후 최대 규모다. 가동 중인 유정 수도 2015년 9월 이후 최대 규모인 631개로 집계됐다.

스트래티직 에너지 앤드 이코노믹 리서치의 마이클 린치 사장은 "시장에 석유가 너무 많다"면서 "시장이 균형을 되찾을 것이란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아직 그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강세 흐름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말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OPEC 회의는 오는 5월 25일 감산 연장 여부 결정을 앞두고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감산 부담을 가장 크게 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OPEC과 비 OPEC이 감산에 합의했지만 사우디 등 일부 중동 산유국들만 감산합의를 지키고 나머지 감산참여국들의 감산이행률은 낮아 시장 점유율만 낮아지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다.

그러나 이같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감산 연장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도 있다. RBC 캐피털 마켓츠는 21일 보고서에서 "높은 수준의 재고로 인해 사우디는 여전히 감산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감산 연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상황은 유동적인데다 감산을 연장해도 그 과실은 미국, 캐나다 등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감산 연장 실효성에 대한 의문, 감산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 등 부작용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석유정책을 결정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악렉산더 노박 석유장관의 태도가 관건이다. 노박 장관은 러시아가 감산합의를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감산합의를 잘 지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러시아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산유국간 공조에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이라크도 관건이다. 자바르 알 루이에비 이라크 석유장관은 이라크도 리비아나 나이지리아처럼 감산합의에서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UBS 산하 EM 크로스 자산전략의 글로벌 책임자 바누 바웨자는 유가가 40달러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조만간 45달러선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값 6일 연속 상승… 트럼프 실망감 안전자산 회귀

주가 하락과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대규모 인프라투자가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급속히 금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22일 0.4% 오른 31.1g(온스)당 1250.33달러로 상승했다. 지난 6일간 상승폭은 4%를 넘는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가결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금 선물 역시 상승세여서 4월 인도분이 전날보다 온스당 3.20달러(0.3%) 오른 1249.70달러에 장을 마쳤다. 금 선물은 올들어 8% 올랐다.

코메르츠방크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을 가파르게 할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감세와 광범위한 인프라 투자 기대감이 점차 퇴색하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대대적인 발표 가운데 어떤 것도 추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실망감에 따른 주가 하락이 곧바로 금 가격 상승을 불렀다. ii트레이더의 수석 시장전략가 빌 바루치는 "금 매수세력은 주식시장이 취약성을 드러내자마자 파티장으로 달려왔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금값은 오름세를 탈 것 전망이다. 포렉스닷컴의 기술 애널리스트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뉴욕증시가 추가 하락하고, 이는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지속적으로 높일 것이어서 금값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부 기술분석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 금값이 지난해 여름 이후 최고치인 온스당 1278달러를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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