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정유-금호타이어 '닮은꼴'

      2017.03.27 19:48   수정 : 2017.03.27 22:23기사원문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를 두고 법정 다툼으로 번질 기세다. 정치권도 개입하기 시작했다.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사드 사태와 맞물려 안보 이슈도 부각되는 모양새다. 꼬일 대로 꼬였다.


진부하지만 과거를 돌아보자. 지난 2004년부터 이듬해까지 이어진 과거 현대오일뱅크 계열의 인천정유 매각 과정이 현재의 금호타이어의 매각과 닮아있다.

당시 인천정유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시노켐(SINOCHEM)이 선정됐지만 일부 채권단이 시노켐이 제시한 매각 금액을 거부해 계약이 무산됐다.

시노켐이 제시한 인수금액은 약 6850억원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시노켐이 제시한 인수 금액과 채권단이 원했던 것과의 차이가 계약 무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중국 기업이 우리나라 정유업체를 인수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감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고유가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서 에너지 안보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가 군용 타이어를 납품하는 방산업체라는 점에서 중국 사드 보복 조치로 얽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같다. 해외기업의 인수 후 상표권 활용 방안을 두고 갈등이 빚어진 점도 비슷하다.

시노켐과의 계약 무산이후 재입찰에서 SK그룹이 뛰어들어 유상증자 참여와 회사채 인수 등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하면서 인천정유를 인수합병(M&A) 했다. 사실상 시노켐이 제시한 금액의 5배가량을 쓴 셈이다. 현재 인천정유는 SK인천석유화학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SK인천석화는 한 때 부도가 났던 오명을 떨쳐버리고 지난해 순이익 2165억원을 내는 '알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012년부터 파라자일렌(PX) 생산설비에 투자하면서 사업 재편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천정유 매각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시사하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두고 절차상의 오류를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우선돼야 할 것은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왜 인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진정성 있게 밝히는 것이다. 체면치레를 하며 솔직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언론과 정치권을 통해 변죽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SK는 인천정유의 인수 과정에서의 진정성을 돈(투자)으로 보여줬다.
결과는 실적으로 돌아왔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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