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책 대출 때 저작권료 지불 싸고 ‘갑론을박’

      2017.03.28 17:10   수정 : 2017.03.28 17:10기사원문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 작가가 "도서관에 가서 책 쓰고 있으면 즐겁게 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면서 기쁘기도 하지만 종종 슬플 때가 있다"며 "이건 나라에서 작가들의 생계를 위해 고민해야 할 문제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러도 돈이 들어가는데 왜 책은 나라에서 빌려주고 작가들은 한 푼도 못 받나"라며 도서관 대여저작권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해당 작가는 "도서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누가 모를까요. 저작권자로서 할 수 있는 조그만 목소리였다는 것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글을 지웠으나 도서관 대여저작권법을 둘러싼 논쟁은 언제든 재점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OECD 26개국서 시행.. "우리도 도입해야"

출판계 일부에서 주장하는 도서관 대여저작권법은 도서관에서 책을 무료로 대출해줄 때마다 작가나 출판사 등이 저작자로서 판매 기회를 잃어 경제적 손실을 입는 만큼 정부나 지자체가 보상금 형태의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28일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에 따르면 OECD 32개국 가운데 독일, 영국, 스웨덴 등 26개국에서 이미 이같은 내용의 '공공대출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월간지 '어린이와 문학' 이병승 주간은 지난해 여름 현업에 종사 중인 작가, 출판업계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도서관 대여저작권법을 지지하는 300여명의 서명을 받고 도종환 의원실 등이 개최한 국회 포럼에 참석해 도서관대여저작권법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주간은 "책과 도서관은 공공성의 성격이 있지만 그 의무를 왜 창작가가 혼자 져야 하나. 출판 저작권이 음악.영화보다 열악해 출판시장도 죽고 작가들도 생계가 힘든 상황"이라며 "박근혜 정부 들어 문학 분야에서 축소된 예산을 여기에 충당하면 대여자가 따로 저작권료를 낼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하늘 작가는 "책 대여가 많아질수록 작가나 출판사 등 콘텐츠 생산자는 판매 기회를 그만큼 빼앗기는 셈"이라며 "저만 해도 책을 20권 이상 썼고 1년 인세 수익이 1000만원이 안된다. 아동문학이 소설이나 시보다 벌이가 나은 편인데도 이 지경이니 다른 작가들은 오죽하겠는가"라고 털어놨다.

■"우선과제부터 해결해야"… 정부 입장은?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박익순 소장은 도서관 대여저작권법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당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도 출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도서관 대여저작권법을 통한 공공대출권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면서도 "대학가의 불법 복제와 북 스캔을 막기 위한 판면권, 사적보상금제도 등이 먼저 시행돼야 할 필요가 있고 도서관 확대 및 도서관의 도서구입비 대폭 증액 등 예산 확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관계자는 "출판계에 대한 정부 투자가 적은 것은 맞는데 다른 문화산업에 비해 훨씬 적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저작권료 지불에는 공적자금, 즉 독자들의 세금을 투입하자는 것인데 과연 독자의 공공성에도 이득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도서정가제처럼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대출권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공대출권제도는 결국 저작권법 개정 사안으로, 도입 전에 여러 가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아직 시작은 안 했지만 올 상반기 중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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