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과 함께 한 '빵만들기' "오늘은 내가 파티셰"
2017.03.30 19:15
수정 : 2017.03.30 22:16기사원문
여러 가족들이 한데 모여 마치 파티나 축제를 즐기는 듯했다. 보통의 축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하면서 웃음꽃을 피운다는 것이었다. '자원봉사(volunteer)'라는 단어의 뜻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메리츠종금증권의 사회공헌 현장이었다.
지난 25일 오전 8시50분, 여느 때 같으면 침대 위에서 여유롭게 주말의 아침을 즐기거나 가족을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그 시각 서울 개봉동에 위치한 대한적십자사 구로.금천.영등포희망나눔봉사센터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누구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누구는 혼자서 씩씩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불우한 이웃을 위한 '빵 만들기'에 참여하는 메리츠종금증권 참사랑봉사단과 그 가족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즐거운' 봉사활동
시곗바늘이 오전 9시를 가리키자 커다란 주방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숫자를 헤아려보니 어른 16명, 초.중학생 19명 등 도합 35명이나 됐다. 모두들 앞치마를 두르고 모자를 쓴 모습이 일류호텔의 '파티셰' 못지않았다.
참사랑봉사단의 가장 큰 특징은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말 그대로의 자원봉사라는 점이다. 참사랑봉사단의 총무인 김창식 결제업무팀장은 "직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봉사활동 중 하나가 '빵 만들기'다. 육체적으로 크게 힘들지 않아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사내전산망에 공지를 띄운 지 15분 만에 모집인원(35명)이 모두 찼다"고 설명했다.
일찍 도착한 사람들은 이미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다. '제빵 선생님' 이원진씨가 빵 만드는 법과 주의사항 등을 설명한 후 본격적인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이씨는 "다른 봉사팀보다 인원이 많아 소시지빵과 쿠키, 영양찰떡 등 세 종류의 먹거리를 만들려고 준비했다"며 "양도, 종류도 많은 만큼 정해진 시간 안에 마무리하려면 손을 바쁘게 놀려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손을 깨끗이 씻은 다음 영양찰떡을 만드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커다란 양푼(?)에 찹쌀가루가 수북했다. 찹쌀을 빻는 과정에서 수분 때문에 뭉쳐진 덩어리를 으깨는 것이 첫번째 일이었다.
글로벌트레이딩 부서에서 일하는 성수현씨는 "평소에도 쿠키, 빵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며 "재미와 보람,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어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찹쌀가루가 어느 정도 부드러워지자 베이킹파우더와 소다, 설탕과 소금, 견과류, 우유를 차례대로 넣고 뒤섞었다. 올리브유를 바른 철판에 반죽을 부어 고르게 펴고, 잘게 부순 땅콩을 그 위에 뿌렸다. 이제 오븐으로 들어갈 준비가 모두 끝났다.
오븐의 온도는 윗불이 200도, 아랫불이 160도였다. 40분이 지나자 하얀색으로 들어간 반죽은 맛깔난 갈색의 영양찰떡으로 변신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포장을 하면 된다. 자투리를 얻어 먹어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것이 '일품'이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내가 만든 게 이렇게 맛있다니" 하는 놀라움 반, 기쁨 반의 표정이었다.
다음은 소시지빵 차례였다. 옆 테이블에서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준 반죽을 펴고 만두를 빚는 것처럼 소시지를 말아넣었다. "반드시 손으로 붙인 부분을 아래로 향하게 놓으세요. 안 그러면 터져요"라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위에 치즈를 올린 뒤 짤주머니를 이용, 케첩과 마요네즈로 예쁘게 장식했다. 이제 오븐으로 직행하는 일만 남았다.
함께 소시지빵을 만든 인사총무팀 석미령 대리는 출산과 육아로 1년 정도 빠진 것 말고는 꼬박 봉사활동을 쫓아다녔다. 이날도 남편이 한쪽에서 18개월 된 아들을 돌보는 동안 열심히 빵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석 대리는 "이웃들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선뜻 나서기는 힘들고,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할 처지도 못된다"며 "회사에서 하는 봉사활동이라도 열심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참여하는 '진짜' 자원봉사
벽에 걸린 시계가 오전 11시를 알리고 있었다. 두 시간 동안 아무도 엉덩이를 붙여본 적이 없었다(사실은 앉을 자리도 없었다). 힘들 법도 하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꽃이 피었다. 다행히 이제는 구운 빵을 포장하는 일만 남았다.
이날 만든 쿠키는 270개, 소시지빵은 200개, 영양찰떡은 240개였다. 모두 금천구에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라고 했다.
아버지와 함께 온 중학교 1학년 김보민양은 벌써 봉사활동 8년차의 고참이다. 일곱 살 때부터 아버지 손을 잡고 김장담그기부터 연탄나르기, 요양원에 이르기까지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김양은 "작고 약한 힘이지만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에 오게 된다"면서 "주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것 말고 힘든 점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설에 했던 특식봉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홀로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데 가슴이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나온 홍보실 이강천 실장은 "아이들이 봉사활동 점수를 따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보고, 배우고, 느끼기를 바라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면서 "아이들과 좋은 일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에 충분히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소시지빵을 비닐포장지에 담는 FICC세일즈팀 이혜민씨는 입사 1년 만에 벌써 6∼7회의 봉사활동 경력을 자랑한다. "별다른 생각없이 와도 즐겁게 일하다 갈 수 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여한다"고 한다.
봉사활동을 마친 후 인사팀 이현복 부장이 초등학생 아들에게 "오늘 잘했어. 다음달 22일에는 용강초등학교(서울 마포)에서 벽화그리기를 할건데 다음에도 같이 가자"고 했다. 바로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빙긋이 웃는 아이의 얼굴에서 답을 읽을 수 있었다. "꼭 갈게요"라는 뜻이었다.
김창식 팀장이 옆에서 "벽화그리기는 이미 참가신청이 끝났는데. 그것도 모집 첫날에. 한 시간이 채 안 걸렸어요"라고 하자 주방 안에는 다시 웃음소리가 넘쳤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