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트럼프 보호무역, 힘 받는 멕시코 페소가치

      2017.04.04 18:59   수정 : 2017.04.04 18:59기사원문

멕시코 페소화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올들어 미국 달러대비 상승폭이 11% 상승했다.

멕시코 경제에 최대 위협요인으로 떠오른 트럼프 대통령의 힘이 빠지면서 페소에 힘이 붙은 덕이다. 페소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멕시코 중앙은행(BDM)의 공격적인 금리인상도 주효했다.

여기에 헤지펀드까지 가세해 페소는 올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통화로 떠올랐다.

3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CNN머니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페소는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8.70페소 안팎에서 거래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 환율인 18.50달러에 근접했다.

멕시코장벽 설치 공약으로 감정을 자극한데 이어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이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멕시코 제품에 보복관세 도입 등 멕시코에 대대적인 경제적 보복을 가하겠다고 다짐했던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지난해 11월 8일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멕시코 페소의 악몽이 시작됐다.


대선 다음날인 11월 9일 페소는 달러당 22페소까지 밀리는 약세를 거듭한 끝에 하루만에 11% 급락했다.

그러나 페소는 이후 조금씩 낙폭을 만회하면서 지금은 트럼프 당선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최대 배경은 트럼프의 이빨이 무뎌졌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공약했던 멕시코에 대한 대대적인 무역보복은 현실화지 못하고 있다. 보호주의가 후퇴하면서 대미수출에 사활을 건 멕시코 경제 전망이 개선됐다.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에 보낸 초안에서 당초 공약과 달리 대대적인 나프타 개정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애버딘 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케빈 데일리는"보호주의가 미국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전만큼 이를 위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프타 재협상도 전면적 개정이 아닌 일부 권리 요구로 바뀌었다. 캐나다나 멕시코 수입품이 미 산업에 "심각한 손상이나 그럴 위협이 있을 때" 일시적인 관세를 물릴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수준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나프타 재협상 의향서를 조만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헤지펀드들이 가세한 것도 페소를 끌어올렸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의 페소 포지션은 지난해 5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뒤 처음으로 순매수로 전환됐다.

3월 28일 현재 헤지펀드들의 페소 순매수 포지션은 8361계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 시절 멕시코 경제에 타격을 줄 '미 제조업 부활'을 선언했던 지난해 10월 10만계약 순매도에서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여기에 BDM의 공격적인 금리인상도 페소 회복을 부추겼다.

BDM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6.5%로 끌어올렸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보다는 페소 가치 부양에 초점이 맞춰진 금리인상이었다.

모간스탠리의 루이스 아르센탈레스는 "페소는 신흥시장의 값 싼 '헤지 대용' 굴레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한편 멕시코 페소는 미 대선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지만 여전히 사상최저 수준에 가까워 시장 불안요인이 완전히 사라지면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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