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10일간 단식에 소금물·커피 관장.. 입소 14일만에 사망
2017.04.05 19:06
수정 : 2017.04.18 13:40기사원문
최근 대구의 한 자연치유원에서 암에 걸린 어린이가 사망하고 다른 환자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환자 가족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해당 치유원 원장은 말기암 등 불치병을 앓는 환자나 가족들을 대상으로 '45일이면 살릴 수 있다'고 자신의 명함, 블로그 등에 홍보했다.
치유원 원장 부부는 환자를 합숙시키고 소금물 관장, 단식, 풍욕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환자 가족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라며 거액의 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는 게 가족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환자 상태는 악화됐고 급기야 자식을 잃기까지 했다며 가족들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치유원 측은 아이의 생명을 연장해줬고 치료행위가 아닌 치유를 도와줬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소금물 관장에 단식까지…"14일 만에 아이 사망"
A씨는 지난 2월 22일 치유원에서 아들(5)을 잃었다. 소아암인 신경모세포종을 앓던 아들을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치유원에 입소했으나 14일 만에 사망한 것이다.
5일 A씨에 따르면 2월 8일 아들을 병원에서 퇴원시키고 치유원에 들어갔다. 아들은 만 1세였던 2013년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신경모세포종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암이 골수, 장기까지 전이돼 악화된 상태였다.
치유원 원장은 당시 '45일 프로그램'만 따라오면 아들이 완치될 수 있다며 치료비 명목으로 10일간 350만원, 35일간 8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A씨 부부는 전했다.
A씨는 "원장은 치유 목적이라며 아들에게 처음 10일간 단식을 시키고 소금과 물, 치유원에서 만든 효소만 먹게 했다"고 말했다. 또 치유 프로그램이라며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소금물.커피 관장 △풍욕 △된장찜질 △냉온찜질 △간청소 등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부부는 아들이 관장을 할 때마다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원장은 물통에 소금과 커피, 마그밀(변비약) 등을 풀어 고무호스를 아들의 항문에 넣고 액체를 주입시킨 뒤 15~20분간 참게 하면서 "신체에 쌓인 노폐물을 빼기 위한 필수방법"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은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던 같은달 22일 오전 9시께 쓰러져 오후 2시께 사망했다. 아들의 헤모글로빈, pH(산도) 등 생존에 필수적인 혈액검사항목 수치는 정상을 크게 벗어나 있었다. 체중은 6㎏이나 빠져 사망 당시 15㎏에 불과했다.
A씨 부부는 "원장은 아이가 죽자 '하루 만에 죽을 아이를 내가 이만큼 살려 놓은 것'이라고 어처구니없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털어놨다.
김모씨도 도로가에서 '말기암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치유원 홍보물을 보고 유방암 말기인 아내(59)와 지난해 12월 한 차례 치유원에 입소했다가 올 2월 8일 재입소했다. 김씨는 원장이 '45일이면 암을 완전히 고칠 수 있다'고 재차 입소를 권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5일간 870만원을, 퇴소 후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먹어야 한다며 170만원가량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하루면 죽을 아이 내가 14일 살려냈다"
그러나 원장의 말과 달리 아내는 입소 후 이틀 만인 2월 10일 쓰러졌고 오른쪽 뇌를 다쳐 왼쪽 팔, 다리를 쓰지 못한 채 언어구사능력까지 잃게 됐다는 것이다. 김씨는 "암말기 아내에게 억지로 냉온욕을 시켜 악화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족들의 이 같은 주장에 치유원 원장은 "아이의 경우 하루도 못살 상태였는데 내가 14일이나 살려냈다"고 반박했다. 이어 "처음부터 살릴 수 있다고 한 게 아니라 살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말뜻이 전혀 다르다"며 "나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치료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코치처럼 치유만 도와줄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사람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치유의 마음이 생기지 않아 돈을 받은 것이고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 3월 사기, 불법 의료 등 혐의로 치유원을 경찰에 고발했고 A씨도 같은 혐의로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