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역시 각본 없는 드라마, 꼴찌 후보 kt 상승세가 무섭다

      2017.04.10 20:05   수정 : 2017.04.11 09:48기사원문
또 틀렸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2017 프로야구 판도를 쏟아냈다. 대부분 두산을 1강으로 KIA, LG, NC 등을 상위권으로 꼽았다.

SK, 한화, 롯데 등은 중위권으로 평가받았다.

현역 선수 5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상위권 팀에 대한 예상은 달랐지만 1위와 꼴찌 후보는 일치했다. 1위는 두산, 최하위는 kt였다. kt는 시범경기 1위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선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10일 현재 kt가 단독 1위다. 팀 방어율(1.00·1위) 등 각종 지표가 심상치 않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다. kt는 언제든 제자리(?)를 찾아 갈 수 있다. 그러나 kt의 선두 질주를 뒷받침하는 힘이 투수력임을 감안하면 쉽게 상승세가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kt의 현 전력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역시 불펜의 힘이다. 마무리 김재윤(27·3세이브)을 비롯해 장시환(30), 심재민(23), 조무근(26·이상 2홀드), 엄상백(21·1홀드) 등이 8경기서 22이닝 동안 무실점의 철벽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서 보듯 불펜이 강한 팀은 장기 페넌트레이스에서 두터운 힘을 발휘한다. 국내 리그서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삼성의 원동력이 다름 아닌 불펜이었다.

kt와 삼성은 2, 3년 전과 완전히 뒤바뀐 처지다. 10일 현재 최하위 삼성의 불펜은 붕괴 수준이다. 삼성 불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참혹하다. 마무리 심창민(7.71)은 물론 김승현(6.23), 백정현(10.13) 김대우(9.00)등 소방수들이 불을 끄기는커녕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고 있다.

kt 불펜의 힘은 8일 삼성전서 확인됐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8이닝을 1실점으로 완투했다. 그러고도 패전 투수가 됐다. kt 선발 정대현은 고작 5이닝을 던졌다. 나머지 4이닝을 5명의 투수가 촘촘히 막아주었다. 김재윤은 세이브를 따냈고 4명의 투수에게 골고루 홀드가 주어졌다. 중간 투수 3명은 3이닝을 2피안타 1볼넷으로 막아냈다. 1-0 경기를 이기고 나면 자신감이 붙는다. 불펜에 대한 믿음은 끈끈한 팀 컬러로 나타난다. 전날(7일) 경기 양상도 비슷했다. 삼성 선발 우규민은 7이닝을 던져 2실점했다. 퀄리티 피칭(6이닝 3자책 이하)이었다. kt 선발 로치 역시 7이닝 2실점. 승부는 불펜의 힘겨루기로 넘어갔다. 삼성은 4명의 투수를 등판시키며 사력을 다했다.

kt는 심재민과 장시환 두 투수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kt 오정복이 9회말 1사 만루서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았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kt와 삼성 선수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은 듯 보였다.

야구감독들은 "방망이(타력)를 믿지 말라"는 말을 자주한다. 타격은 그만큼 부침이 심하다.
상대적으로 투수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kt는 확실히 우승권 전력은 아니다.
하지만 눈길을 돌리지 못하겠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야구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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