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대박 - 쪽박 가르는 건, 바로 '참신한 스토리'
2017.04.17 17:05
수정 : 2017.04.17 17:20기사원문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도깨비' 등 국내에서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는 드라마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로 뽑혔던 '구르미 그린 달빛', 2030 여성들의 공감을 한 몸에 받은 '또 오해영'은 특별하다. 이들 드라마는 이름만으로도 흥행을 보장하는 스타작가의 작품 틈에서 각각 신인(김민정)과 중견작가(박해영)가 집필해 성공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핵심은 '작가'
외국의 한국 드라마 팬들은 드라마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까. 흔히 유명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를 선택한다는 오해를 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월 발표한 '한국 콘텐츠 미국 시장 소비자조사(드라마)'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 드라마 시청자들은 한국 드라마를 선택할 때 절반 이상(51.9%)이 스토리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어 캐스팅(35.7%), 장르(8.0%), 감독 및 작가(0.9%), 유행(0.7%) 순이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국 드라마 브라질 시장 소비자조사'에서도 역시 응답자의 38.4%가 한국 드라마를 선택할 때 '스토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성균관 스캔들' 등의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유건식 KBS아메리카 사장은 지난 2015년 TV드라마 제작 결정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 전체 드라마 PD 83명을 대상으로 14개 요인에 대한 설문을 돌리고 그 응답 결과를 분석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드라마 제작 결정 요인별 중요도 1위는 스토리의 매력, 2위 대본의 완성도, 3위 소재의 참신성, 4위 작가에 대한 신뢰성, 5위 주연배우의 경쟁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스토리는 드라마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스토리의 핵심인 작가가 드라마 제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 드라마 산업 현실은 소수의 인지도 높은 스타 작가에만 의존하면서, 제대로 된 신인작가 발굴 기회나 육성 시스템이 부실한 실정이다.
소위 대박을 친 스타 작가 위주로 짜여지는 구도는 드라마 작가 양극화 현상을 불러왔다. 편성을 전제로 선급금 형태의 계약을 맺는 드라마 작가는 급여가 불안정한 프리랜서 신분이어서 경력을 쌓지 못한 신인작가는 생계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 보고서'(2016년)를 보면 응답자 중 절반(49.9%)의 월평균 급여는 '150만원 미만'에 불과했다.
■"차별화된 스토리, 작가 육성이 해답"
한류의 확산은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할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위원은 "드라마 산업이 발전하려면 작가 육성을 통한 창작 극본을 발굴해야 한다"며 "대중성이 검증된 원작에 의지하기보다 문학적 재능과 사회현실 인식 능력이 뛰어난 작가 육성과 오리지널 창작 극본 발굴에 좀 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도 최근 작가 육성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CJ E&M은 드라마.영화 신인작가 육성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130억원을 투입하는 '오펜(O'PEN)' 사업을 시작했다. 40명으로 선발된 작가들에게는 개인 집필실이 주어지며, 6개월간 유명PD 멘토링, 전문가 특강을 받을 수 있다. 우수 대본은 tvN에 단막극으로 편성되거나, 시나리오의 경우 사전 영상화 제작, 중소 제작사와 미팅을 주선하는 등 데뷔까지 지원한다.
쇼박스는 카카오페이지, 화이브라더스코리아 등과 함께 웹툰 스토리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스토리 어벤져스 시즌 1'이라는 이 공모전은 웹툰 스토리를 발굴하지만, 이후 글로벌 영상 콘텐츠로 확장할 스토리 발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주연 배우의 출연료와 스타 작가의 원고료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신인 작가를 발굴해 스타로 키우기 위한 업계 관심은 아직 부족한 형편이다"며 "실력 있는 작가가 많이 배출되려면 창작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는데, 구두 장인이 명품을 만들기 위해 제화공 전문학교를 설립하고 자신의 기술을 대대로 물려주듯이 작가들도 체계적인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