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공화국
2017.04.23 17:28
수정 : 2017.04.23 17:28기사원문
복권은 원래부터 국가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토머스 제퍼슨 미국 3대 대통령은 복권을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고 공공재원을 조성할 수 있는 희생없는 조세"라고 규정했다. 중국 진나라에서 만리장성 건립을 위해 '키노'라는 복권게임을 시행했고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도 복구자금 마련을 위해 연회에서 복권 이벤트를 실시했다는 기록이 있다. 1530년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번호를 추첨해 상금을 주는 '로토'라는 복권이 나왔는데 이것이 복권을 뜻하는 영어 '로터리(lottery)'의 어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복권은 광복 직후인 1947년 발행된 '올림픽후원권'이다. 1948년 런던올림픽 참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장당 100원씩 140만장을 발행했고 21명이 1등 당첨금 100만원을 타갔다.
국민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한방'을 노리는 심리가 확산되고 로또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올 1.4분기 복권판매액이 1조1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6% 늘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복권판매액을 사상최고치인 4조1650억원으로 전망했다. 카지노.경마 등 사행산업 전반이 호황을 누리고 있고 인형뽑기방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불황의 역설이다.
정부는 올해에도 복권 판매점 600곳을 신규 허가할 예정이다. 내년 12월부터는 인터넷을 통한 로또 판매를 허용할 계획이다. 짭짤한 수입에 맛들인 정부가 국민의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소득 중하위계층의 복권 구입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복권이 '빈자의 세금'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도 로또 판촉을 절제할 필요가 있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