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담배
2017.04.24 17:21
수정 : 2017.04.24 17:21기사원문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광해군 때인 1600년대 초 일본을 통해 담배가 들어왔다. 조선은 담배천국이었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즐기는 최고의 기호품이었다. 정조는 담배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보급에 앞장섰다. 모든 백성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며 과거 시험에 문제를 내기도 했다. 정조가 담배를 좋아한 이유는 이렇다. "나는 어릴 적부터 연구하고 탐닉하느라 심신에 피로가 쌓여 생긴 병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중략) 백방으로 약을 구해 보았지만 오직 남령초(南靈草.담배)에서만 힘을 얻게 됐다."
당시에도 유학자를 중심으로 흡연 찬반 논쟁이 불붙었다. 정조와 정약용은 예찬론자다. 반면 대동법을 만들었던 김육, 대학자 송시열.이식.박지원 등은 흡연의 폐해를 지적하며 금연론을 펼쳤다. 예나 지금이나 한번 맛을 들이면 끊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2년 전 담뱃세 대폭 인상에도 지난해 담배 판매가 10% 가까이 늘었다. 정부가 담뱃세를 올리면서 더 걷은 세수만 2년간 수조원에 달한다. 흡연율은 못 잡고 정부만 웃은 셈이다. 담뱃세 인상은 전자담배 판매와 밀수를 부추겼다. 외국여행 갔다가 귀국길에 한도 이상의 면세담배를 사온다. 담뱃세가 소매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영국은 담배판매량 절반이 밀매된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에는 서민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무허가 수제담배 판매점이 우후죽순 생겨난다고 한다. 담뱃잎을 사서 직접 갈고 말아서 피우는 방식인데 한 갑에 2000원가량 싸다. 몸에도 안 좋은 담배를 끊었으면 좋으련만 맘대로 안 되는 모양이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복권, 립스틱, 소주 등 서민용 제품 판매도 불티가 난다고 하니.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