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에서 야광봉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 박수를 치는 행동은 단순한 응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가수마다 다른 응원방식과 물품의 진화는 일종의 발전이자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문화는 특정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수의 행동양식으로 인해 탄생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콘서트 관람문화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정착된다.다만 자연스럽게 문화가 형성되는 현상과 달리, 문화가 ‘얼마나 올바르게’ 형성되느냐는 다른 문제다. 관객들은 만족스럽게 공연을 즐기려고 온 만큼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책임도 있다.이 책임을 무시하는 순간, 응원은 쌍방향적인 소통의 관람에서 벗어나 이기적인 행동이 되어버린다. 때때로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고 불미스러운 일까지 일어나게 만든다.
◇ 콘서트 관람에도 TPO가 있다콘서트 관람 센스는 TPO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간·장소·상황에 맞춰 옷을 입듯, 응원도 대상과 장소와 분위기 등에 적합한 형태로 행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발라드 가수의 콘서트라면 분위기에 따라 박수를 치거나 적당한 함성소리를 질러야 한다. 아이돌 콘서트에서는 목청껏 소리를 높여도, 팔이 부서져라 야광봉을 흔들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그렇지만 열정이 지나쳐 주변 사람들의 머리를 칠 정도로 야광봉 혹은 플래카드 등을 흔든다면 문제가 된다. 불빛이 나오는 커다란 머리띠 같은 것도 피하는 게 좋다. 뒷사람의 시야가 방해되기 때문이다. 무대 도중 수다를 떠는 것 또한 공연 집중을 위해, 아티스트와 팬들을 존중하기 위해 지양해야 할 행동이다.환경이 달라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다. 과거에는 콘서트 세트리스트와 구성이 공연장 밖으로 새어나갈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팬 커뮤니티와 SNS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관객들에겐 ‘스포일러 주의령’이 내려졌다.세트리스트를 알고 공연을 보는 걸 좋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아무 것도 모른 채 부푼 기대를 안고 무대를 기다리는 게 즐거움인 이들도 있다. 다행히 요즘에는 글 제목 등에 스포일러가 있다는 뉘앙스를 담아 노출을 선택해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 스탠딩 구역의 은밀한 암투“투포케이 공연 도중, 팬들이 무대 쪽으로 많이 몰리는 바람에 몇 명이 쓰러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너무도 아찔했어요. 다행이 다친 사람은 없어 다행이었지만 멤버들도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조은엔터테인먼트 김성광 이사)순서대로 자유롭게 자리를 잡는 스탠딩 구역은 자리싸움이 매우 치열하다. 몇몇 팬들이 실신해 실려 나가는 모습은 낯설지 않고, “밀지 마세요!”라는 외침은 공연장의 단골 멘트다. 내 가수를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은 욕심에 뒷사람들이 자꾸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기 때문이다.앞사람을 미는 인원이 한 두 명이 아니라, 적게는 몇 백 명부터 많게는 천 명 단위여서 더 큰 문제다. 밀폐된 공연장에 빼곡한 사람들이 숨을 쉬고 있는지라, 사람들 사이에 꽉 끼인 관객은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정신을 잃을 수밖에 없다.구역의 과도한 쏠림은 안전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공연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언젠가는 비원에이포(B1A4)의 단독 콘서트 중 조용한 무대 순서에서, 여러 팬들이 “밀지 말라”고 소리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소음으로 인해 팬들은 관람에 방해를 받았고, 미는 팬들이나 밀린 팬들 역시 제대로 노래를 들을 수 없었을 터다. 심지어 가수가 계속해서 유의를 주기도 했다.지난해 열린 비투비의 콘서트는 스탠딩 구역에 있는 팬들의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약 40분 이상 시작이 지연됐다. 시작이 되고 난 후에도 비투비 멤버들은 앞뒤로 꽉 끼인 팬들을 위해 한 발씩 뒤로 물러나자는 말을 거듭 반복해야 했다.
◇ 일방적인 소통은 ‘관람 문화’가 아님을두 케이스 모두 공연의 흐름과 집중도가 깨지는 순간이다. 비단 비원에이포와 비투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밀지 마세요!”는 화력이 남다른 아이돌 공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자, 모두가 노력하고 양보해 고쳐나가야 할 고질적인 문제다.공연 중간중간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거나 가수와 개인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일,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일례로 남자 아이돌 콘서트의 경우 “벗어라”라는 외침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웃통을 벗으라는 이야기다.가수가 곤란한 뉘앙스를 풍겨도 외침이 계속되면 불편한 상황이 초래한다. 누구는 성희롱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구는 공연의 맥을 끊어 짜증이 날 수도 있다.
◇ 모두에게 공연을 즐길 권리가 있다
콘서트에는 암묵적인 분위기라는 게 있다. 이 흐름을 잘 맞추는 센스 또한 관객이 갖춰야 할 매너 중 하나다.결국 모든 것은 ‘공연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권리’로 귀결된다. 누구나 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공연은 자유롭게 무대를 즐기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기본 수칙을 지켜야 가능한 일이다.‘문화’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것임을, 이렇게 정착된 관람문화는 궁극적으로 콘서트를 즐기기 위한 것임을 인지하는 순간 문화의 발전은 이루어진다.“공지 내용을 잘 준수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해 진행요원의 안내를 잘 따라준다면 모두에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어디를 가도 뜨겁게 맞아주신 팬들 덕분에 너무도 즐겁고 감사한 시간들입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맘껏 뛰어 놀 준비만 되어 있다면 얼마든지 함께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맘껏 즐기면서도 질서와 매너를 지킨다면 가수에게나 팬들에게나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조은엔터테이먼트 김성광 이사)[기획|콘서트 관람문화①] 공연장을 채우는 각기 다른 응원방식
[기획|콘서트 관람문화②] “풍선에서 블루투스까지”...응원도구의 무한변신
[기획|콘서트 관람문화③] 진정한 관객의 조건/lshsh324_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