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한달, 머잖아 자본절벽 닥친다

      2017.04.30 17:06   수정 : 2017.04.30 17:06기사원문
지난 4월 3일 문을 연 국내 첫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초반 호조를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26일 기준 총 24만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지난 1년 은행권 전체 비대면 계좌개설 건수(15만5000건)를 8일 만에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수신액은 2848억원, 대출은 1865억원으로 올해 연간 목표치의 절반 정도를 20여일 만에 채웠다. 케이뱅크는 이 여세를 몰아 주택담보대출, 방카슈랑스 시장에도 뛰어들 기세다.


기존 은행권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출금리를 낮추고 예금금리를 높인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마이너스통장 일부 금액에 무이자를 적용하는 상품을 내놨다. 중금리 시장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저축은행도 비대면 서비스 강화에 적극 나섰다. 한마디로 메기효과다. 케이뱅크라는 메기가 시장을 휘젓자 매너리즘에 빠졌던 기존 은행들이 소비자 중심 영업으로 즉각 반응을 했다.

케이뱅크 성과에 고무된 금융당국도 지난달 27일 인터넷은행 향후 정책방향을 내놨다. 본인가를 받아 6월께 영업을 시작하는 카카오뱅크 이외에 3호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의 활성화로 보험과 신용카드 등 다른 금융업권에까지 경쟁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이런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최대 10%(의결권 주식 4%)만 가질 수 있도록 한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대주주는 산업자본인 KT다. 케이뱅크는 무점포 영업 등으로 비용을 낮춰 그 혜택(저금리대출.고금리예금)을 금융소비자에게 돌려준다. 재무건전성을 지키면서 원활한 중금리 대출영업을 하려면 자본금이 더 필요하지만 규제에 막혀 있다. 은행이 돈이 없어 장사를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열쇠는 국회가 쥐고 있지만 간단치 않다. 인터넷은행 설립은 2000년 초부터 논의가 있었지만 케케묵은 규제로 다투다 십수년을 허송세월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 핀테크(금융+기술) 후진국으로 전락한 이유다.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 한도를 50%까지 늘려주는 개정안은 국회에서 먼지만 쌓인다. 기업의 사금고화를 막자는 취지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이다.

대선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도 예외 없이 미래성장 동력으로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 인재양성, 규제개혁 등은 공통 공약이다. 하지만 구호만 난무하고 실천방안은 보이질 않는다.
과거의 사고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할 수 없다. 누가 당선되든 차기 정부에선 발상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
그 시발점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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