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국회선진화법 '가시밭길'…文정부 개혁안 '꽃길' 걸을까
2017.05.16 15:38
수정 : 2017.05.16 15:38기사원문
■1명이 반대해도 '무덤행'...법사위 암초 예상
16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새 정부의 각종 개혁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라는 높은 벽을 만날 전망이다. 법사위는 국회에서 '슈퍼 갑'이라 불리는 상임위다. 모든 법안이 법사위를 거쳐야 본회의에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는 국회법 86조 1항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한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 탓이다. 법률안의 위헌성과 다른 법률과의 충돌 여부 등을 심사해 법률의 합헌성, 정당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 중 단 한 명이라도 제동을 걸면 법률안이 공전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법사위에 논의된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관례상 한 명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법안 2소위원회로 넘겨진다. 법안 2소위는 타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들이 추가 논의되는 곳이다. 법안 2소위로 법안이 넘어가면 도통 법안이 본회의로 상정되지 않아 타 상임위 위원들 사이에서는 법안 2소위가 '법안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실제 법사위의 의원 구성을 살펴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안건을 상정하는 역할을 맡은 법사위원장은 바른정당에서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권성동 의원이다. 권 의원은 법사위 안건 상정의 기준을 원내교섭단체 간사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주장하는 편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간사는 강성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이다. 김 의원은 실제 새 정권에 대한 반발 성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간을 연장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두고 법사위에서 권 의원은 '원칙'을, 김 의원은 '절대 반대'를 주장해 결국 법률안은 관철되지 못했다. 앞으로 새 정권의 법안 역시 이와 같은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 "여론 조성이 중요"
국회 선진화법도 숨은 변수다. 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이나 안건 처리를 막기 위해 2012년 제정됐다.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 엄격한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법사위를 거치지 않는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 역시 천재지변, 전시·사변 등으로 제한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등도 선진화법에 막혀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원내 1당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의석수는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120석에 불과하다. 정의당(6석)과 국민의당(40석)은 물론 바른정당(20석)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적폐로 호명했던 자유한국당이 민주당에 필적하는 106석을 차지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관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혁안의 입법 과정에서 여론을 주도해 법안 통과를 관철하고, 여의치 않으면 시행령 변경 등 '작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사위 구성에서 법안 상정에 어려움이 예상되나 여론의 압박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며 "새 정부 입장에서는 개혁 입법의 당위성에 대해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여론의 설득과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 교수는 "국회선진화법은 되레 소수당이 자신의 의견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을 지금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라며 "언제나 선거가 끝나고 입장이 바뀌어 선진화법을 개정하자고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의 한 변호사는 "'슈퍼 갑'을 차지하고 있는 법사위에 대한 개정안은 입법이 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새 정부는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