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김옥빈, 밀라 요보비치 잇는 ‘액션 퀸’ 될까…“이제 2편 만들 차례”

      2017.05.23 14:57   수정 : 2017.05.23 14:57기사원문
‘박쥐’ 뱀파이어 김옥빈, ‘악녀’ 블러드 액션퀸으로 칸 귀환에 뜨거운 호응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한국영화사에 남을 오프닝 액션신 탄생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의 부름을 받은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제작 앞에 있다․배급 NEW)가 21일(이하 현지시간) 자정을 넘겨 공개됐다.
5분의 기립박수 속에 2주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1년 만에 제작을 마쳐 칸까지 입성한 정병길 감독, 박찬욱 감독의 ‘박쥐’ 흡혈귀에서 핏빛 낭자한 액션퀸으로 변신에 성공해 8년 만에 칸에 돌아온 김옥빈은 환하게 웃었다. 김옥빈이 연기한 숙희보다 더욱 악녀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권숙 역의 김서형, 차가운 세상을 살아온 숙희에게 따뜻한 사람의 품을 선물한 현수 역의 성준이 그 곁을 지켰다.


새벽 3시가 다 돼 끝난 뤼미에르 극장에서의 상영 후 이른 아침부터 외신들을 만난 정 감독과 배우들은 22일 오후 7시30분, 쉴 틈도 없이 프랑스 칸 해변에 위치한 칼튼호텔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한국영화사에 기록될 만큼 인상적 오프닝 액션을 탄생시킨 정병길 감독은 “마치 내가 싸움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어린 시절 너무나 갖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었던 격투 게임기 영상처럼 혹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버추얼 영상처럼 연출했다”고 말하며 싱글벙글 웃었다.

한때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하고 연출을 하며 무술배우로 지내기도 했지만, 그렇게 ‘칼날 위에 서다’라는 단편 등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지만, 자신의 재능은 직접 연기하는 것보다 연출에 있음을 깨닫고 감독으로 자리를 굳혔다는 정병길. 자신의 무술배우 경험, 그때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된 권귀덕 무술감독 및 많은 스턴트 액션배우들과의 ‘형제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쾌감 넘치는 오프닝 액션이다.
여기에 박정훈 촬영감독의 온몸을 던져 건져 올린 카메라 앵글이 정병길-권귀덕 표 액션에 활력과 속도감을 폭발적으로 배가시킨다. 이에 대해 김옥빈은 “액션 전사가 되기 위해 힘겨운 훈련이 기간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촬영감독과 한 몸이 되어 한 호흡으로 연기하고 촬영했기에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액션신이 완성됐다”고 설명을 보탰다.

국내 기자들이 정병길 감독이 열어젖힌 액션신의 신세계에 마음을 빼앗겼다면, 프랑스 현지 언론을 비롯해 외신 기자들은 ‘블러드 액션퀸’ 김옥빈에 주목했다. 처음 본 배우라 해도 밀라 요보비치의 계보를 이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새롭고 강력하고 무서운 액션을 선보인 김옥빈에게 호의와 관심을 보였겠지만, 그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일흔 살이 된 칸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뮤즈로서 8년 전 칸을 찾았던 김옥빈을 뜨겁게 반겼다.

“아침부터 외신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한 프랑스 기자 분이 ‘나를 기억하느냐’며 영화 ‘박쥐’의 뱀파이어가 킬러가 되어 돌아왔다며 환영해 주시기도 했고, 다리 부분이 절개된 의상을 보고 네가 스스로 (칼로) 자른 거냐며 너무 무섭다고 농담을 건네주시기도 했어요. 칭찬 많이 받고 와서 기분 좋습니다.”
김옥빈은 “영화 ‘악녀’는 숙희가 왜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가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 2편을 만들면 된다”고 말하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몸에 붙은 액션배우로서의 근육과 군살, 액션배우로서의 기술과 감이 여기서 끝내기엔 아까울 만도 하다.
강렬한 ‘박쥐’는 김옥빈을 세계무대에 등장시킨 작품이기도 하지만, 배우 김옥빈이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꾸준히 달려왔지만 이렇다 할 대표작을 내지 못한 김옥빈은 ‘악녀’로 성큼 그 산을 넘으리라 기대한다. 심지어 1편이 개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2편이 보고 싶어질 만큼 김옥빈은 8년의 성숙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악녀’를 통해 스스로 입증했다.
2002년 시작해 6편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통해 액션 여전사의 세계적 아이콘이 된 밀라 요보비치를 잇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기대한다면, 할리우드에 턱없이 작은 한국영화 시장의 규모와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과대망상일까. 15년간 12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레지던트 이블’의 흥행을 흉내 낼 수는 없어도, 적어도 액션 동작에 실린 강력한 힘과 강렬한 눈빛에서는 밀리지 않는 액션스타 김옥빈의 등장에 박수를 보낸다. 적어도 소년 정병길이 생각했던 “우리나라에는 왜 ‘동방불패’나 ‘예스마담’ 같은 영화가 없을까”의 아쉬움을 달래줄, 임청하나 양자경과는 또 다른 결의 액션배우가 우리에게도 한 명쯤 생길 것 같은 예감에 즐겁다.

피를 흡입하던 뱀파이어에서 선혈이 낭자한 액션 전사로 변신해 여느 남자배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고난도 액션을 선보이는 배우 김옥빈, 오랫동안 좋아했고 오랫동안 준비해 온 전공과목을 빠른 호흡으로 단숨에 뽑아낸 정병길 감독의 신선한 액션영화를 빨리 보고 싶어도 좀 참자. 오는 6월 8일이 되면 확인할 수 있다. 칸에서 상영된 2시간 9분짜리도 멀미가 날 정도인데, 정병길 감독은 한국 관객들을 위해 6분 30초를 다이어트 해서 속도감과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고 자부했다.

끝으로 김옥빈 배우와 정병길 감독은 똑같은 욕심을 내비쳤다. 관객의 사랑 속에 흥행이 잘 돼서 첫 번째 편집 버전인 2시간 48분짜리를 2차 개봉하고 싶단다.
“2시간 48분짜리도 꽤나 재미있는 영화다, 관객과 함께 즐기고 싶다”, “애정을 가지고 완성한 액션장면들이 꽤나 잘려 나갔다, 관객들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게 정병길 감독과 배우 김옥빈의 희망이다.

/fnstar@fnnews.com 칸(프랑스)=fn스타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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