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성과평가지표(KPI) 개편 추진

      2017.05.23 17:18   수정 : 2017.05.23 17:18기사원문
#. 은행원 A씨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 캠페인에서 만점을 받았다. 비록 100원~1000원짜리 신탁형 ISA계좌를 무더기로 판매한 것이지만 일단 목표를 초과해 만점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내부 성과평가(KPI)에서 A씨는 하위그룹에 랭크됐다.

옆자리 동료인 은행원 B씨 또한 ISA 판매에서 만점을 받은데다 펀드판매 실적에서 A씨보다 1점 앞섰다. B씨와 같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 1등급을 차지하다보니 2등급이 된 B씨가 하위그룹으로 추락하게 된 것이다.
KPI 상대평가 시스템에서는 1~2점 차이로 평가등급이 갈리면서 A씨같은 억울한 은행원이 양산된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권의 주요 성과평가지표인 KPI가 기존 상대평가에서 상품관리 유지 및 소비자보호, 수익률 등 절대평가를 중시하는 방향하는 전면 개편될 전망이다. 이미 신한은행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역임했던 지난 2015년 KPI의 평가 시스템을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일부 혼합한 방식으로 개편했다. 은행권 노조들은 KPI의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겠다는 것을 활동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어 은행권의 KPI 개편안이 발표되면 주요 은행들을 중심으로 KPI 개편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KPI는 은행들의 경영성과 평가를 위해 핵심적인 성과들을 골라 만든 채점표이다. 상.하반기마다 채점표 구성이 달라지며 은행 영업목표에 따라 비중과 배점이 바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은 지난달부터 은행권의 KPI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의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현재 절대평가에 대한 은행의 설문을 진행 중이다. 은행직원들의 합의가 모아지면 늦어도 오는 9월까지 최종 개선안을 내놓고 10~11월 공청회를 거쳐 은행권의 KPI 개편작업을 도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도 금융연구원의 은행권 KPI 개편 방안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최종 개선안이 나오면 이를 참고해 은행권과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KPI는 각 행마다 특성에 맞춘 자율경영 영역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영향이 미치기 어려웠다. 그동안 은행권 KPI 개편 논의가 계속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대평가 시스템이 개편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금융연구원이 해외사례와 은행권의 실태 및 합의까지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선진국들은 은행 KPI를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진행 중이다. 상대평가를 할 경우 1~2점 차이로 등급이 갈려 만점을 받아도 꼴찌가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절대평가를 할 경우에는 경영목표 달성율만 따지면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KPI 평가 방식은 2000년 초반 은행산업이 대출자산을 중심으로 성장할 때의 모델이어서 각종 상품 판매에 주력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라며 "이제는 상품 판매가 아닌 상품관리 유지 및 소비자보호, 수익률 위주의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즉, 기존 판매 실적 등 '외형성장' 위주의 KPI였다면 앞으로는 상품관리 및 건전성 평가 등으로 '내실유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 지점은 인공지능(AI)과 챗봇의 등장으로 통폐합이 가속화되는 만큼 외형성장 위주의 KPI는 무의미하다"며 "상품판매보다 유지 관리 및 수익률 중심의 절대평가로 개편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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