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정책 상생문화 조성이 먼저

      2017.05.25 17:34   수정 : 2017.05.25 17:34기사원문

"새 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 유통업계로서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 만난 한 유통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새 정부가 유통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강화를 예고함에 따라 향후 유통 대기업에 적지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복합쇼핑몰 건립요건 강화 등 대기업 유통시설에 대한 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유통개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더구나 복합쇼핑몰에 대한 의무휴업 도입과 대형마트의 의무휴무일 확대, 대형마트 출점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규제 강화에 대한 유통 대기업들의 우려는 최근 신세계가 부천 영상복합단지에 건립하려는 대형쇼핑몰이 좌초 위기에 처하면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대형 유통시설에 대한 영업규제가 제도 도입의 명분인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 활성화로 이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영업규제 전후의 소비행태 변화와 매출변화 등 각종 지표는 당국이나 정치권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게 나왔다. 다수의 전문가도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유통점의 강제 휴무로 인한 매출 감소가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를 보면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으로 매출이 연간 2조8000억원 줄어들었다. 하지만 의무휴업으로 인해 전통시장으로 유입된 소비지출금액은 연 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오히려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협력업체와 농어민 등의 피해가 연 8690억원에 달했다. 더불어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지출이 월평균 5700원 감소해 국가 전체로는 1조1765억원의 소비감소를 유발한 것으로 추산됐다.

결과적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소비부진과 저성장을 부채질한 격이 됐다.
전문가들은 내수부진이 최악인 현 상황에서 대형 유통시설에 대한 규제 강화는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유통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골목상권과 소상공인도 동반성장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규제보다는 건강하고 상생하는 유통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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