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공식행사 외에는 私費로 결제"
2017.05.25 17:46
수정 : 2017.05.25 21:50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이 이른바 '눈먼 돈'으로 불려온 정부 특수활동비에 칼을 빼들며 그간 특수활동비에서 지원됐던 대통령 공식행사 외의 대통령 가족식사 비용, 사적 비품 구입비 예산지원을 전면 중단해 사비로 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 정부 특수활동비를 투명하게 운영케 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어 특수활동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127억원 중 42%에 달하는 53억원을 절감하고, 이를 청년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 예산에 보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현재 대통령의 관저 운영비나 생활비도 특수활동비로 처리하는 것으로 아는데 적어도 가족 생활비만큼은 대통령의 봉급으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식대의 경우 손님접대 등 공사(公私)가 정확히 구분이 안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대통령 부부 식대와 개.고양이 사료 값 등 명확히 구분 가능한 것은 별도로 구분하는 게 맞다. (관저 생활로) 주거비는 안 드니 감사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청와대에 전세 들어온 세입자'로서 공간은 사용하되 필요한 것을 직접 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대통령 공식행사 이외의 예산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개인적 비용은 매달 문 대통령 급여에서 공제할 예정이다.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춘추관에서 "국민 세금인 예산으로 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의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민정수석실에 특수활동비 사용내용 전반을 들여다볼 것을 지시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이는 최근 검찰.법무부 간부의 '돈봉투 만찬' 사건에서 돈의 출처로 특수활동비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이에 권력기관 개혁 의지와도 연결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내년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예산을 올해보다 31% 축소할 것으로 예고한 만큼 다른 기관도 예년 수준으로 신청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권위의 대통령 특별보고를 부활하고, 정부 부처에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전임 정부가 인권을 경시해왔다고 지적하며 인권 실현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세우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문 대통령은 대표적 인권변호사로 인권대통령을 자부하고 있다"며 "권력기관 운영이 인권위가 요구하는 정신에 기초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각 정부부처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 제고를 위해 기관장 평가항목으로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처음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계급장, 받아쓰기, 사전 결론' 없는 이른바 '3무(無) 회의'를 선언했다.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고 역설하며 격의 없는 토론 참여를 주문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