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는 그 이름 '가족'
2017.05.25 19:39
수정 : 2017.05.25 19:39기사원문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 '가족'.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이들과 보내고 집안의 대소사 등 같은 경험을 공유하며 희로애락을 나눈다. 그런데 가끔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함께 했던 어떤 순간들이 다르게 기억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아니 대화를 하면 할수록 "우리가 정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나" 의문스러워지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같은 사건을 겪지만 각자의 위치가 다르기에 관점의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제38회 서울연극제 참가작인 연극 '손(사진)'은 이와 같은 기억의 왜곡과 그 간격에 자리잡은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작품이다. 일본 작가 이와이 히데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재작년 초연된 이래 이번 서울연극제를 통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원작에서는 엄마 역할에 남성 배우를 캐스팅하면서 코믹적 요소를 강화했는데 한국 공연에서는 여성 배우를 캐스팅해 좀 더 진지하게 스토리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할머니의 장례식을 통해 한 자리에 모인 가족은 할머니 생전에 한 자리에 모였던 날을 떠올린다. 연극은 크게는 둘째아들과 어머니의 시선에서 같은 사건이 두 번 반복되는데 각자의 시점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무대의 방향을 앞뒤로 뒤바꿔 재연함으로써 관객들이 처음 둘째아들의 시선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장 두드러지는 시각차는 첫째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둘째아들의 시점에서 바라본 큰형은 말이 통하지 않는 폭력적인 인간이다. 그런데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펑펑 우는 형의 모습이 의외다. 그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다.
엄마의 시각에서 본 첫째는 여린 구석이 있는 정많은 아들이다. 가끔씩 동생들이 제멋대로 찾아와서 할머니를 힘들게 한다고 느끼는 것 같아 걱정인데 결국 큰딸이 마련한 가족 모임에서 사단이 나고 만다.
문제는 결국 자신의 입장에서 서로를 비판하고 가르치려 한다는 것. 상대의 감정이 어땠을까 돌아보지 않고 나만 옳다고 생각한 것. 근데 알아도 해결할 수 없고 누군가 알려줘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 가운데서 또 가슴에 응어리가 맺히는 과정을 이 연극은 낱낱이 보여준다. 공연은 28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