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쌀 보조금 지급?" vs. "식량 주권 차원서 지원"

      2017.05.29 17:50   수정 : 2017.05.29 22:01기사원문
"농업과 어업이 더 이상 시장경제에서 희생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지난 4월 27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농어민이 대접받는 나라'라는 슬로건을 건 농어업정책을 발표했다. "국가의 뒷받침 속에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농업과 수산업을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겠다'는 공약으로 구체화됐다.



■경쟁력 없는 쌀 보조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다만 현재로선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으로 각 농가가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쌀 변동직불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쌀 변동직불금은 해마다 결정되는 '목표가격'에 좌우된다.
목표가격보다 시장가격이 낮을 경우 그 격차의 85%를 보전해준다.

이 때문에 목표가격이 높을수록 변동직불금 지급액은 많아진다. 하지만 실제 늘어난 직불금 액수를 오롯이 농가가 받을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해놓은 농업보조총액(AMS) 상한선이 1조4900억원으로 정해져 있어 총액이 상한선을 넘어서면 정부도 어쩔 수 없다.

당장 2016년 생산된 쌀에 대한 변동직불금이 그랬다. 지난해 쌀값이 폭락하면서 정부가 지급해야 할 변동직불금 총액은 1조4977억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정부는 WTO AMS 상한선 1조4900억원을 맞추기 위해 77억원을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언제까지 정부가 쌀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냐는 불만도 나온다. '쌀은 우리의 주식'이라는 주장도 '옛말'이란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0년 373.7g에 달하던 1인당 1일 쌀 소비량은 지난해 169.6g으로 줄었다. 하루에 한 공기 반도 채 먹지 않는다. 연간 쌀 소비량은 1988년 통계 집계 이후 매년 감소해왔다.

쌀 소비가 이렇게 줄었지만 쌀 생산량은 여전히 '과잉'이다. 당장 작년만 해도 평년(396만t)보다 24만2000t(6.1%) 많은 420만t이 생산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쌀 수급을 보면 쌀을 대체할 타작물로 전환하는 게 시급하지만, 농가 입장에선 쌀 재배가 익숙한 데다 직불금이 나오기 때문에 바꿀 동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쌀 변동직불금은 문자 그대로 '포퓰리즘'"이라며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하면 국회의원 상당수의 지역구가 농촌이기 때문에 매년 추수기 쌀값이 하락하면 당정회의를 열어 쌀을 매입하라는 압박을 가한다. 결국 시장의 논리와는 별개로 정부가 공급과잉을 부추기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적잖은 세금이 소요된다. 2005년 전체 농식품부 부처예산에서 6.7%를 차지했던 쌀 직불금 비중은 올해 역대 최고치인 15.9%까지 올라간다. 부정수령도 판을 친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농업법인 5만2000여곳을 조사한 결과 정상 운영된 곳은 2만4000여곳뿐이었다. 2014년 말엔 5552건, 253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목표가격 전면 재검토 주장도

그러나 "국민이 먹을 식량은 나라와 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식량주권'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재지변, 경제위기 등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닥쳐 '돈이 있어도 식량을 살 수 없는' 상황이 올 경우 식량이 '무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낮은 곡물자급률도 문제다. 2015년 기준 23.8%에 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2번째로 사실상 꼴찌 수준이다. 곡물자급률은 1970년 80.5%, 1980년 56.0%, 1990년 43.1%, 2000년 29.7%, 2010년 27.6%, 2015년 23.8%로 계속 떨어졌다. 반면 해외 의존도는 76.2%까지 높아졌다.

이 때문에 농가는 쌀 재배면적을 축소하는 정부의 정책은 식량자급률을 더욱 낮출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2009~2010년 쌀값폭락 사태 당시 정부가 재배면적 축소의 일환으로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도록 권장한 결과 쌀 자급률이 2011년부터 3년 연속 80%대까지 추락했다는 것이다.

특히 농민단체들은 쌀 목표가격을 결정할 때 쌀의 시중가격 변화만 고려할 뿐 생산비나 물가상승 등 실질소득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도시가구 대비 농가소득은 1995년 95.7%에서 2016년 63.5%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재 ㏊당 100만원씩 지급하는 고정직불 금액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정직불금은 WTO 허용보조금인 반면 변동직불은 감축대상 보조금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정부가 쌀값과 소득, 식량주권 문제에 대해 임시땜질식 처방을 반복하면 식량자급률은 또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쌀 소득보전을 위해서는 현안인 쌀값 폭락 우려를 해소하고, 현행 쌀 소득보전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장민권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