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풍
2017.06.07 17:10
수정 : 2017.06.07 17:10기사원문
삼국지 적벽대전에서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을 좇던 조조의 대군을 화공으로 물리칠 수 있게 한 것도 동남풍이었다. 주유가 적벽에서 5만 군사로 조조의 100만 대군과 맞서게 된다. 방통이 조조를 속여 선단을 쇠사슬로 연결하게 만들고 주유가 화공을 펼친다. 이때 제갈량이 동남풍을 일으켜 조조군의 선박을 모두 불태워 버림으로써 대승을 거둔다. 적벽대전의 무대인 양쯔강 중류는 강폭이 4~5㎞ 정도로 바다처럼 보인다. 조조군의 선박을 일시에 불태울 만큼 강한 바람이 부는 지역이다.
동남풍은 여름철 동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여름철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해 바다에서 대륙으로 무더운 공기가 유입된다. 바닷바람이 겨우내 찌들었던 한반도 상공의 공기를 대륙 쪽으로 밀어낸다. 겨울철에는 기압 배치가 반대로 바뀐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발달해 대륙에서 바다로 차가운 바람이 분다. 봄철에 부는 편서풍도 마찬가지다. 이때 대륙에서 배출된 미세먼지나 황사 같은 오염물질이 바람에 실려 한반도로 유입된다. 이로 인해 올봄 국민들은 유난히 심해진 미세먼지로 곤욕을 치렀다.
요즘 뿌옇던 하늘이 맑아지고 숨 쉬기가 한결 편해졌다. 어릴 적 보았던 흰 구름 걸린 쪽빛 하늘이 나타나기도 한다. 벌써 한 달 가까이 된다. 7일의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24㎍/㎥를 기록했다. 농도 기준 5단계 가운데 최상위 등급(좋음)에 해당한다. 북서풍이 동남풍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변화다. 이 정도라면 그동안 과학적 근거도 없이 미세먼지 주범으로 내몰았던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소에 면죄부를 줘야 하지 않을까.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