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피해자 제품결함 입증책임 간소화

      2017.06.07 18:02   수정 : 2017.06.07 18:02기사원문

가습기 살균자 피해자의 눈물은 마를 틈이 없다. 독성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피해를 인지한 정부가 판매를 금지한 2011년 11월까지 수많은 사망자와 환자를 낳았다. 올 5월까지 5615명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1195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피해자와 유족들은 가습기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입증 문제로 패소하거나 승소해도 액수는 유족이 흘린 눈물을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기존 제조물 책임법의 영향이 컸다. 현행법은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품 결함을 비롯해 결함과 손해 간의 인과관계를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해야 해 실질적으로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웠다. 손해배상액 역시 일반의 상식적 수준에 미치지 못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올 3월 30일 통과시켰다. 이중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조항은 1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당초 이 법안이 성안될 때는 유예기간이 6개월이었으나 중소기업중앙회의 요청으로 계도기간을 6개월 더 늘리는 것으로 수정안이 제출됐다.

개정안으로 피해자는 입증책임이 덜어지게 됐다. 피해자는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손해가 제조업자로부터 초래됐다는 사실 △손해가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 등 3가지 사실만 증명하면 제조물의 결함이 있고 이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개정 전에는 피해자가 제조업자 등을 알 수 없는 경우 판매자가 피해자에게 제조업자를 알리지 않을 때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었으나 개정안은 이와 관련 없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 판매자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도록 바뀌었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개정안에서는 고의성, 손해 정도, 피해 구제 노력 등을 고려해 발생한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진다. 제조업자의 악의적 불법행위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셈이다.

다만 배상액을 3배로 제한한 것을 둘러싸고 미약한 처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통상 실제 손해액이 적게 산정되기 때문에 3배를 하더라도 사실상 큰 금액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이 제도가 당초 목적한 강력한 '징벌'의 효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 피해액의 10배까지 손해배상액으로 정하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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