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비밀의 숲’으로 드라마 명가 자존심 회복할까

      2017.06.12 15:13   수정 : 2017.06.12 15:13기사원문


조승우와 배두나, 두 사람이 브라운관에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대중들은 흥분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기대에 방점을 찍은 건, 어느새 드라마 명가로 자리 잡은 tvN 드라마라는 사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그려낸 ‘비밀의 숲’은 기대에 부응하며 웰메이드 드라마 탄생을 예감케 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0일 오후 방송된 ‘비밀의 숲’ 1화는 케이블, 위성, IPTV 통합된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이하 동일) 평균 3%,최고 4%를 기록했다.

이어 11일 방송된 2화에서는 평균 4.1%, 최고 4.6%를 기록하며 상승된 수치를 보였다.
‘비밀의 숲’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이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한여진(배두나 분)과 함께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내부 비밀 추적극이다.
1화가 공개되자 시청자들은 긴장감 넘치는 추적극 탄생이 등장했다며 환호했다. 가장 빛을 발한 건, 역시나 배우들의 연기였다. 스크린과 할리우드에서 종횡무진 하던 배두나가 오랜만에 등장해 신선함을 불어넣었고, 조승우는 극의 중심과 묵직한 무게감을 제대로 잡아냈다.

조승우가 분한 황시목은 아예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남들보다 훨씬 옅고 희미하기에 거의 무감정 및 무공감에 가까운 인물로, 연기하기엔 여간 쉽지 않았을 터다. 감정을 분출하고 크나큰 액션을 취하는 게 시청자들에게 조금 더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조승우는 본인의 이름값을 훌륭히, 아니 그 이상을 뛰어넘는 연기를 선보였다.
일그러진 표정, 크게 소리치는 목소리, 과격한 몸짓을 전혀 선보이지 않지만 찰나에 지나가는 눈빛과 디테일한 손동작 등으로 황시목이라는 인물의 냉철함을 단번에 이해시키게 만들었고 그의 시선으로 드라마에 몰입케 만들었다.
이에 더해진 배두나 역시 마찬가지다. 방영된 2화까지 그녀가 폭발시킬 극적인 요소는 없지만 형사를 연기하는 생활 연기는 일품이다. 6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그녀이지만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비밀의 숲’으로 스며들었다. 두 사람은 극과극의 연기를 펼치지만 하나의 악기마냥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루며 작품의 톤을 유려하게 유지한다.
또한 그들의 연기에 무게가 실릴 수 있는 건 영화를 연상케 하는 안길호 감독의 세련된 연출 덕이다. 한 사건을 둘러싸고 진실로 다가서는 추적에 몰입도를 살리기 위해 조명과 음악 활용에 힘껏 공을 들였다. 냉혹함을 작품 위에 얹어놓기 위해 사용한 차가운 톤의 조명과 보정은 긴장감을 살렸고 극적인 순간 함께 흐르는 음악은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으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또한 영국드라마 ‘셜록’을 방불케 하는 연출과 카메라 시선도 눈길을 끈다. 과거를 펼쳐내는 플래시백, 시뮬레이션 상상씬 등은 자칫 평범할 수 있었던 살인 사건이라는 소재를 다채롭게 전환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호평은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tvN이 시청자들을 드라마의 늪으로 빠져들게 만든 건 처음이 아니다. 신원호PD와 이우정 작가가 만들어낸 ‘응답하라 시리즈’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에 향수를 가득 몰고 왔고 ‘남편 찾기’를 놓고 누리꾼들의 설전이 이어질 정도로 신드롬을 이끌어냈다. 사실상 tvN의 드라마 전성시대 포문을 연 장본인이다.
이후 조진웅과 김혜수 그리고 이제훈의 조합으로 연일 긴장감과 감동을 선사한 ‘시그널’은 기어코 두 자릿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고 최근 종영한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 또한 온갖 패러디와 ‘新도깨비앓이’를 만들어내며 tvN의 자존심을 제대로 지켜냈다. 이외에도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미생’ ‘굿 와이프’ 등 다채로운 결을 지닌 tvN 작품들은 시청자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
이는 케이블 드라마 특성상 여유로운 제작 환경을 비롯해 공중파에 비해 유연한 소재 채택 그리고 자유로운 전개가 가능했기에 많은 제작자들이 비교적 편히 역량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곧, 대중들은 tvN 드라마를 향해 높은 기대치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tvN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치와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내놓는 작품마다 줄줄이 급감하는 시청률을 막지 못했고, 결국 많은 드라마가 2%의 시청률대에 머물렀다.
물론 작품의 스토리와 주제 등은 참신함을 이어갔지만 이전처럼 대중을 정확하게 사로잡는 결정적인 요소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tvN은 제대로 칼을 빼어들었다.
기존, 금토드라마라는 편성까지 토일드라마로 바꿔가며 고정 시청층 공략에 나섰고 추적 수사물이라는 탄탄한 장르에 히든카드로 꺼내든 조승우와 배두나 조합까지 선보였다. 2회 만에 압도적으로 시청자들을 늪으로 이끈 ‘비밀의 숲’, 과연 또 하나의 신드롬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사진 fn스타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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