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임원 "재단 출연 요구 거절, 결과적으로 나은 선택"

      2017.06.16 15:32   수정 : 2017.06.16 18:52기사원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에서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의 조기 석방을 요청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SK 임원은 박 전 대통령의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요구를 거절한 점이 결과적으로 나은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섭섭했으나 결과적으론 좋아"SK그룹, 朴 면담 당시 최재원 가서방 요구
김영태 SK그룹 부회장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



지난해 2월 16일 박 전 대통령과 최태원 회장은 단독 면담했다. 검찰이 공개한 SK그룹 작성 '대통령 면담 말씀자료'에는 '마지막으로 외람된 말씀 올림. 글로벌 경영 필요성 등 감안하면 저만의 고군분투로는 한계 있음. 마침 지난 설날이 동생 형 집행률 80% 넘어서는 날이었음. 송구스러우나 동생이 국가에 기여하도록 배려 호소드림'이라고 적혀 있다. 김 부회장은 검찰이 "이런 내용은 사전 회의에서 거론된 SK그룹의 현안 및 건의사항이 맞느냐"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최 부회장은 최 회장과 공모해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65억원을 빼돌려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월형이 확정됐다. 이후 최 부회장은 3년 3개월여간 수감 생활을 하며 형기의 약 94%를 채우고 2016년 7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SK그룹은 2015년 8월부터 최 부회장의 조기 석방을 위해 테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검찰에 따르면 TF는 우호 여론을 조성하고 석방의 시급성을 알리는 업무를 맡았다. 김 부회장은 최 부회장의 석방이 SK그룹의 주요 애로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재단 출연 거절하자 현안 무산
이밖에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독대에서 워커힐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관련 현안도 건의했다. 독대 며칠 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SK측에 "K재단 관련 자료를 보낼 테니 잘 검토해 주면 좋겠다"는 연락을 하고 89억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SK그룹은 지원을 거절했다. 김 부회장은 "K재단 실무진은 비덱이 있는 해외로 50억원을 보내달라고 해서 안 된다고 했다"며 "K스포츠재단은 재단이기에 믿을 수 있었지만 비덱스포츠나 더블루케이는 믿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최 회장이 부탁한 현안 해결은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김 부회장은 지원 거절로 SK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여겼다. 그는 "당시에는 생각을 안 했는데 국정농단 사태가 커지면서 소위 '지라시'가 돌자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회장은 "당시에는 섭섭한 감이 있었지만 지나놓고 보니 연결되지 않은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회사마다 입장은 다르겠지만 저로서는 도리어 문제에 휘말리지 않아 결론이 나았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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