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율주행차 '스누버' 여의도 달린다
2017.06.22 19:41
수정 : 2017.06.22 22:31기사원문
'한국형 도심자율주행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도심형 자율주행차 '스누버(SNUver)'가 22일부터 서울 여의도 곳곳을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이 개발한 자율주행차도 정부로부터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일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여의도처럼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복잡하게 오가는 도심을 달리는 건 스누버가 국내 최초다.
구글(웨이모)과 우버, 바이두 등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함께 자율주행기반 차량공유 서비스에 시동을 건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도심형 테스트베드 개척에 나서 주목된다. 스누버가 여의도를 달리며 수집된 자율주행 빅데이터는 향후 완전자율주행시대 구현을 위한 도로 인프라 및 법.제도 개선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스누버' 야간.악천후 자율주행도 가능
서울대학교 서승우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도심형 자율주행차 '스누버'가 22일부터 여의도 곳곳을 달리면서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심 속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 및 주행 데이터 등을 수집.분석해, 오는 11월 '레벨4(고도 자동화.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에 가까운 스누버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완전자율주행(레벨5)'의 직전단계인 레벨4는 운전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 수준을 의미한다.
현재 스누버는 야간은 물론 눈과 비가 내리는 악천후에서도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도심에 특화된 360도 전방위 물체 탐지 카메라를 통해 사각지대를 없애고, 차선도 안전하게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스누버는 또 자체 인공지능(AI) 역량을 높여, 인간 운전자 주행습관을 모방하는 것은 물론 차량 주변 물체 인식 수준도 높였다.
서 교수는 "스누버는 차량과 보행자, 차선, 신호등, 표지판 등에 대한 인식.판단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며 "현재 고층빌딩 사이의 대로나 협로와 같은 좁은 길 주행, 공사구간 등 다양한 도심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자율주행 능력을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자율주행 시연 중, 국회 앞 도로 신호등이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로 바뀌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스누버 앞에 있던 차량은 빨간불로 바뀌는 찰나에 횡단보도를 지나갔지만, 스누버는 운전자 제어 없어 곧바로 멈췄다.
■스누버 자율주행 빅데이터로 교통 인프라 개선
서울대 연구진은 올해 말까지 여의도에서 스누버를 정기적으로 운행하면서 자율주행 성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 자율주행 중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교통 인프라와 법규들이 자율주행에 적합한지에 대한 검증도 병행할 예정이다. 실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운전자 부주의 뿐 아니라 도로와 신호체계 등을 잘못 설계한 것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전 무인차 시대'가 아닌 인간 운전자와 자율주행차 함께 달리는 도로 환경도 염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 교수는 "주요 선진국은 이미 2010년부터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 실증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 막 도심형 자율주행 테스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여의도 실증주행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도 핵심부품 뿐 아니라 빅데이터, 차량간 통신, 소프트웨어(SW) 분야 자율주행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남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