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내 가전 신공장 건설 이유는

      2017.06.28 22:30   수정 : 2017.06.29 08:27기사원문


삼성전자가 미국 내 가전 신공장 건설을 공식화한 것은 프리미엄 가전업계의 '메이저리그'인 북미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다. 최대 전략시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식 보호무역주의와 현지 경쟁업체의 견제에서 벗어나 '속 편히 장사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새 가전공장이 들어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동남부 주 가운데 법인세율이 5%로 가장 낮고 고용세액공제, 교육보조금 등 각종 투자지원제도가 있어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트럼프의 "생큐 삼성!" 화답한 삼성

28일 시장조사기관인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4분기 매출액 기준 19.2%의 시장점유율로 미국 주요 가전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포인트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는 2016년 2.4분기 16.7%로 처음 1위에 올랐다. 이후 4분기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지난해 연간 시장점유율에서도 17.3%로 1위를 지켰다.

중국 업체의 저가공세 속에서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선회, 시장을 차별화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북미 지역은 놓쳐선 안 되는 전략시장인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 가운데 미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0%를 넘는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꽃길'만 걸을 것으로 예상됐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에서 판매할 제품을 외국에서 생산한다"며 "관세를 올리겠다"고 압박했다. 사실상 미국 내 글로벌 기업들에 미국에 공장을 지어 실질적 경제효과를 내라는 주문이었다. 삼성전자의 미국 가전공장 설립 논의도 이때부터 수면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도 '삼성이 미국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추측성 외신 보도를 링크하며 "생큐, 삼성!"이라는 글을 올려 삼성을 난처하게 하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내 공장 설립을 확정했다.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는 3억8000만달러, 고용규모는 약 950명, 5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날린 '생큐, 삼성!'이란 글에 삼성전자가 응답한 것이다.

아울러 한·미 정상회담의 첫번째 선물 보따리를 삼성전자가 풀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성과에도 적잖은 보탬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긋지긋한 반덤핑 견제 '싹' 잘랐다

이번 공장 건설은 경쟁사인 월풀이 줄곧 공격의 근거로 삼은 반덤핑 등 통상압박과 관련, '털어내기' 성격도 있다.

북미 지역에서 한국 업체들이 지속적인 제품 혁신과 프리미엄 제품 확대로 시장을 리드하면서 월풀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수차례 반덤핑 등 무역규제를 활용, 한국 업체들에 대한 시장 제약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가전공장을 활용하면 이 같은 월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월풀은 지난 2011년부터 우리 업체에 대한 견제 강도를 높여왔다"며 "한국산 냉장고·세탁기는 물론 중국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보조금 조사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삼성전자가 인수한 미국 프리미엄 빌트인가전 브랜드 데이코와도 어떤 형태로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와 같은 고민을 하던 LG전자는 일찌감치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생산공장 건설을 확정지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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