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바른정당 신임대표 "재벌특혜·반칙에 눈감는 '가짜보수'와 차별화하겠다"

      2017.07.02 17:15   수정 : 2017.07.02 21:41기사원문

"재벌 특혜.반칙 눈감아주는 '가짜 보수'와 분명히 차별화 하겠다."

이혜훈 바른정당 신임 대표는 바른정당이 가져가야 할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표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가짜보수'와 '진짜보수'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쏟아내듯 열거했다.

그러면서 "낡은보수와 바른정당은 정체성부터 정치하는 방식까지 완전히 다르다"고 차이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소위 가짜 보수들은 힘 있는 권력과 재벌이 횡포를 부리며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만드는 것을 눈 감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이를 비호하고 대변하는 돌격대 역할까지 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경제양극화를 만들어 대한민국 공동체를 내부로부터 붕괴시키는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제를 지향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반칙과 특혜에 대해서는 한 치의 관용도 베풀 수 없다는 의지다.

이 대표는 경제뿐 아니라 안보분야에서도 바른정당이 낡은 보수와 차별화되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먼저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조건 '빨갱이 딱지'를 붙이는 구태 보수는 하지 않겠다"며 보수정당의 대표적 적폐로 규정돼 온 '종북몰이'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북 문제와 관련, 남북대화 재개에 앞서 사드배치, 비핵화가 전제돼야 하며 미국 주도 대북 강경제재 역시 국제사회와 협력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보수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반대할 때는 반드시 대안을 먼저 제시할 수 있는 생산적인 대안정치를 하겠다"며 당을 합리적인 보수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보수 적통으로 가기 위해선 대구.경북(TK) 중심의 보수 민심을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지난 대선에서 당 지도부가 없는 채로 선거를 치르다 보니 우리한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울 때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결해야 한다. 지도부를 다 이끌고 TK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다. 경로당, 미장원, 공인중개사무실 등을 돌며 누가 배신자인지 정확하게 설명하겠다. 설득하고 씻어내는 작업을 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과거 보수 주축이던 그 분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자유한국당 대표 선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어떻게 돌파해나갈 계획인가.

▲그분이 어떻게 싸움을 걸어오든 그 페이스에 말리고 싶지 않다. 그분이 펼치는 전장에 저희는 따라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자꾸 좌파, 우파 진영논리로 묶는데 우리는 거기에 갇히기 싫다. 국민들도 그런 이분법에 속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우리 길만 가고자 한다.

―다당제 구도에서 바른정당은 어떤 전략적 자세를 취할 것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사안별로 분명히 하려 한다. 이것을 분명히 하지 못해 뼈 아픈 부분들이 있었다. 지난번 '18세 선거연령 인하' '국정교과서 논란' 때 개혁보수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고 지지율도 반토막 났다. 정치하는 방식을 생산적 정치로 바꿔야 한다. 발목잡기식 반대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에 의한 반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반대로 생산적 정치를 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겠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승부를 볼 계획인가.

▲왕도는 없다. 바른정당이 가려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합리적 보수로서 정부와 협력할 건 협력하고 반대할 건 대안을 제시하며 반대하면 국민들도 결국 알아주실 것으로 믿는다. 우리가 이 길을 가면 결국 낡은보수 정당과 지지율 차이가 나게 될 것이다. 벌써 가짜보수에는 미래가 없다는 자성이 보수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또 우리와 함께 가치정치를 하겠다는 중도.합리적인 사람들을 모셔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당내 계파 갈등을 우려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선.

▲부모 자식 간에도 살다보면 서운한 일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열 번이고 백 번, 천 번이고 찾아가서 풀고 또 품고 해야 한다. 정치를 시작해 탈당사태도 겪어 보니, 인간관계에서 결속이라는 것이 필요조건은 돼도 충분조건은 안되는 것 같다. 아무리 친하고 가깝게 지내도 정치적인 유불리가 갈라지면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 같다. 왕도는 지지율을 올리는 것이다. 되는 집안에서는 지지고 볶고 싸워도 나가지 않는다. 지지율 올리는 데 전력 집중해야 한다.

―당내 중진 의원들을 어떻게 활용해 역할분담 시킬 것인가.

▲유승민.남경필.원희룡 등 대선 후보그룹을 전국 대학투어에 활용하려 한다. '청년 인큐베이팅 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청년들을 키워내는 한편 바른정당에 입당할 분들은 당에 연결시켜 끈을 묶어 놓으려 한다. 바른정당은 정말 인재의 산실이 맞다. 그래서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문재인정부를 평가한다면.

▲국정운영을 소통의지만으로 할 수는 없다. 역량 부분에 있어 조금 불안한 부분이 있다. 특히 부동산정책에 있어 투기수요만 억제하려는 정책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들고 나왔는데, 잘못하면 서민들이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집값이 오르게 된 배경엔 투기수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급확충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집값을 잡는 것은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기대하는 효과와 거꾸로 효과가 나타날까봐 우려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 원전' 선언은 어떻게 평가하나.

▲천천히 단계적으로 원전을 줄이는 것에는 찬성이다. 그런데 이것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굉장히 더디게 가고 있는데 갑자기 줄여버리면 전력수급 격차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또 에너지 문제에 시민배심원제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이는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신중히 가야 할 부분이다. 위험한 것은 없는지 천천히 대책을 마련하며 갔으면 좋겠다.

―당내 경제전문가들이 많다. 김성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개혁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나.

▲상당히 큰 틀에서 공감한다. 그동안 공정위가 소홀히 하던 부분들을 민생 분야에서부터 차근차근 해결하고 있다. 며칠 전 구글과 페이스북 빅데이터에 대해서도 독점에 해당하는지 검토해보겠다고 선언했는데 제가 굉장히 바라던 바다. 그동안 산업의 흐름은 무척 빠르게 변하는데 공정위는 산업보다 앞서기는커녕 따라가지도 못했다. 그런 일들을 찾아서 챙기는 것에 박수 쳐주고 싶다. 재벌개혁 부분에 있어서도 순환출자 금지, 전속고발권 폐지, 지주회사 전환,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대부분 정책에 찬성하고 있다. 상법개정안 중 집중투표제는 조금 신중해야 할 필요는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과의 연대는 불가능한가.

▲사람 사는 세상에 100% 불가능도 없고 100% 확신도 없다. 먼저 한국당은 그 안에 우리의 개혁정치에 함께하고 같이 갈 수 있는 분들을 모셔오려고 한다. 우리가 본진이 되어 날개 안에 품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과도 사안별로 공조할 수 있다. 그런데 정체성 면에서 해결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다.
국민의당은 안보문제에 있어 우리랑 결이 조금 다르다. 그런 부분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합당은 어렵다.
다만 사업별 공조는 가능하다.

정리=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이혜훈 바른정당 신임대표 ■약력 △53세 △경남 마산 △마산 제일여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미국 UCLA대학교 경제학 박사 △미국 랜드(RAND) 연구소 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 △17.18.20대 국회의원 (서울 서초갑) △바른정당 최고위원, 서울특별시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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