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대, 혼자는 못 연다… '선수'들 많아지도록 규제 정비해야
2017.07.04 10:47
수정 : 2017.07.04 10:47기사원문
매월 한차례씩 열린 포럼에는 송희경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과 국내 첫 도심 자율주행 시연에 성공한 '스누버' 개발의 주역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비롯해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심우민·박준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이현승·안성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원,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내정자, 강성 카카오 준법경영실 부사장,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정의경 국토교통부 과장, 이창재 현대자동차 지능형안전연구팀 책임연구원, 홍윤석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자동차센터장, 김영락 SK텔레콤 비히클 테크랩 팀장 등 여러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해 산업현장의 애로와 기술, 서비스 발전 상황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파이낸셜뉴스는 fn자울주행차포럼 1주년을 맞아 지난달 6월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좌담회를 열고 국내외 자율주행차 산업의 발전상과 향후 정책과제 등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서승우 교수, 이상직 변호사, 이창재 책임연구원, 이현승·안성원 연구원, 임정욱 센터장이 참석했다. <편집자주>
지난해 6월 서승우 서울대 교수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7회 모바일코리아포럼에서 자율주행차 '스누버'가 서울대 교내를 달리는 모습을 생중계로 250여명 포럼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낯선 자율주행차의 실제 주행 모습을 생샌하게 보면서 탄성을 터뜨렸다.
불과 1년만에 20여대의 자율주행차가 도심을 주행하고 있다. '스누버'는 지난 6월 27일 서울 여의도 역과 국회 사이를 오가는 셔틀주행을 시작했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눈 앞에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 정부도 오는 2020년 자율주행차의 고속도로 주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자율주행차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다.
■여전히 해외보다 잠잠한 안방 자율주행 시장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국내 자율주행 산업의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여러 업체와 학계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일부 기업들만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연일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한 기업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고 투자자들의 자금도 몰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의 가치가 수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해외는 지난 1년간 자율주행 산업 분야에 큰 변화의 물결이 출렁였는데 국내는 '정중동' 행보만 보이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승우 서울대학교 교수는 "다들 은밀하게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업계도 정부도 조용하다는 느낌"이라며 "해외에서는 서로가 경쟁하면서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고 사회적으로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문화가 갖춰진 것 같은데 우리는 분위기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뒤쳐져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역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보면 구글 출신이나 테슬라 출신들이 나와서 창업하고 유니콘급(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쏟아지는데 우리는 처참할 정도로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 없다"며 "지난 1년 동안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이 창업했다는 소식이 들여오지 않았고 정부의 규제나 법 개선은 한발도 전진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지금이라도 자율주행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가능성 있는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전무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두뇌인 SW 개발 주력해야
특히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산업이 차를 제조하는 산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차량의 두뇌를 개발하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처음에는 자신들이 직접 자율주행차를 제조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지만 점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안성원 SW정책연구소 신기술확산연구팀장은 "구글도 처음에는 직접 자율주행차를 제작하겠다고 하다가 이제는 자율주행차 안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며 "결국 차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제작하고 ICT기업들이 완성차가 자율주행기술을 장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완성차 업체들도 자율주행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기술력을 갖춘 ICT기업과 협업하거나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해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BMW와 SK텔레콤이 손잡고 자율주행차 T5를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자동차 이창재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폐쇄적인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했다면 이제는 다른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 등이 참여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 플랫폼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니 차근차근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임정욱 센터장 역시 "자동차 생산회사가 하나도 없는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에는 500여개가 넘는 자율주행차 관련 스타트업이 있고 이 스타트업에 대한 누적 투자액만 4조원이 넘는다"며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하고, 완성차업체에 있던 직원들도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사례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실행'이 중요하다, 정부도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 나서야
정부의 역할에 대한 조언도 잇따랐다. 특히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 개선이 필수다. 자율주행차가 거리의 신호등과 표지판, 차선 등을 인식해서 달려야 하기 때문에 교통 인프라도 이에 맞게 한층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이현승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교통당국도 교통 인프라를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는 환경으로 재국축해야 하며 자율주행부품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플랫폼 등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동차가 처음 등장해서 자동차 회사들이 막 생겨나고 대규모 투자를 한 기업들이 지금의 자동차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지금 자율주행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으면 금새 뒤쳐질 수 있다는 점을 정부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자율주행 기술이나 서비스는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도 규제를 대폭 낮추고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신경써야 한다"며 "자율주행 관련 시스템을 촘촘하게 구성하기 위해 기술법제, 금융법제 등도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첫 도심 자율주행에 성공하며 국내 자율주행 산업을 이끌고 있는 서승우 교수는 "주요 대기업들은 물론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 대학, 연구기관, 여기저기서 자율주행차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어야 국내 자율주행 산업의 저력이 강해지는데 지금은 선수 두세명만 보인다"며 "자율주행에 투신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 자율주행 관련 직장을 구하면 미래가 보장된다 등과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