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 1루수’ 루 게릭의 뒤를 잇게 된 최지만
2017.07.05 17:59
수정 : 2017.07.05 17:59기사원문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야구선수는 누구 뭐래도 나가시마 시게오다. 홈런 세계신기록(868개)을 보유한 오 사다하루(왕정치)나 3000안타의 주인공 장훈이 있지만 나가시마를 능가하진 못한다. 그들은 '기록을 남긴' 선수였지만 나가시마는 '기억에 남는' 선수다.
일본인들에게 나가시마는 '헌신'과 '끝내기 홈런' 두 핵심으로 요약된다. 일본인들은 경기 없는 날조차 혼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수비훈련을 하는 나가시마의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슈퍼스타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구나." 2차 대전 패망 후 일본인들은 일벌레 소리를 들으며 일했다. 거의 유일한 낙은 프로야구를 보는 것이었다. 나가시마는 그 무렵 일본인들의 가슴을 파고든 선수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가장 극적인 명승부'를 꼽으라는 질문에 망설이지 않는다. 그들에겐 1959년 6월 25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 경기가 있다. 그날 전후 처음으로 일왕이 야구 경기를 관람했다. 2차 대전 패망 이후 숨죽여 지내던 쇼와는 비로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가시마는 4-4 동점이던 9회 말 극적인 역전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를 꼽으라면 아마도 루 게릭일 것이다. 원조 홈런왕 베이브 루스나 500승의 사이 영이 있지만 루 게릭을 능가하진 못한다. 루 게릭은 2130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세웠다. 미국인들은 그를 즐겨 '철마(iron horse)'라고 부른다.
단지 경기 수만 많은 것이 아니다. 통산 최다 만루홈런(23개), 역대 1루수 최다 타점(1995)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그는 온 몸의 근육이 수축하는 병에 걸려서야 야구계를 떠났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이른바 루 게릭 병이다.
나가시마와 루 게릭은 여러모로 닮았다. 잘 생긴 외모에 둘 다 명문대 출신이다. 나가시마는 도쿄의 명문 6대학에 속하는 릿쿄(入敎)대를 졸업했다. 루 게릭은 아이비리그의 컬럼비아 동문이다.
나가시마는 은퇴 경기서 "교징(巨人.요미우리의 애칭)은 영원하다"는 말로 일본인들을 감동시켰다. 루 게릭은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며 뉴욕 양키스 팬과 작별했다. 게릭의 몸은 병마로 인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뉴욕 양키스가 5일(이하 한국시간) 최지만(26)을 25인 로스터에 합류시켰다. 최지만은 이르면 6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에 1루수로 출전할 전망이다. 양키스 1루수는 루 게릭을 비롯해 미키 맨틀, 돈 매팅리(마이애미 마린스 감독) 등 메이저리그를 호령해온 타자들이 스쳐간 영광스런 자리다.
최지만은 양키스의 트리플A팀서 타율 2할8푼9리, 8홈런 43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보였다. 최지만은 박찬호에 이어 두번째로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는 한국선수가 됐다. 양키스는 미국 내 최고 인기 구단이다. 포브스지는 올 초 양키스 구단의 가치를 37억 달러(약 4조2000억원)로 평가했다.
texan5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