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해외기업 사냥 ‘승자의 독배’
2017.07.11 17:53
수정 : 2017.07.11 17:53기사원문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차이나머니의 해외 기업 사냥이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 당국이 대표적인 해외기업 인수 기업 5곳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면서 중국기업의 무분별한 해외 인수합병(M&A)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다. 무리한 문어발식 인수에 따른 경영부실, 정치 문제에 연루된 오너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해당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中 M&A 공룡기업 '승자의 독배' 마시나
11일 중국 재계 등에 따르면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가 최근 하이난항공(HNA)그룹, 다롄완다그룹, 안방보험, 푸싱인터내셔널, 저장 로소네리 등을 겨냥해 진행중인 대출관련 재무 조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관련 기업들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현지 상업은행들이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 및 재무구조현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일부 기업들의 자체 구조조정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중국 다롄완다그룹이 지난 10일 11조원 가까운 자산을 대거 처분키로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테마파크로 디즈니랜드를 꺾겠다는 일념으로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와 영화관 체인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테마파크와 쇼핑센터,호텔 라인업을 모색해온 완다그룹이 관련 사업을 모두 처분한 건 매각대금으로 재정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우샤오후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만 왕성한 인수합병에 따른 후유증으로 경영상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달 안방보험 산하 주력 보험사인 안방인수의 5월 수입보험료가 올 들어 최악을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오너리스크에다 중국 금융당국의 유니버셜보험 판매 규제 여파까지 겹치면서 안방보험의 경영은 심하게 나빠졌다.
또 다른 중국의 글로벌 M&A '큰 손'인 HNA그룹도 인수기업 부실운영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 HNA그룹이 2750만달러(약 318억원)를 주고 인수한 미국 여행사 트래바나가 인수 1년여 만에 파산 신청을 했다.
이번 파산 배경을 놓고 그룹측은 현지 경영진의 패착으로 책임을 넘기는 반면 일부 채권단은 HNA 그룹의 무분별한 경영 관행이 경영난의 원인이라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HNA의 과도한 문어발식 M&A가 경영부실을 낳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00년 하이난항공사로 출범한 HNA그룹은 2010년 이후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를 통해 자산규모가 1460억달러(약 169조원)에 이른다.
저장 로소네리는 지난 4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일가가 보유했던 AC밀란을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인수작업이 완료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빌린 차입금리가 높은 데다 막대한 이적료 지급도 해야 한다. 아울러 지난해 9000만유로(약 118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AC밀란의 경영을 정상궤도로 올리는 작업도 요구된다.
이 회사는 추가투자를 통해 AC밀란을 내년까지 홍콩증시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경영을 호전시켜 상장에 성공할 경우 막대한 부를 챙기게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자금압박에 빠질 수 있다.
■인수행보 숨고르기 속 전략적 매수 지속될듯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차별적인 문어발식 인수로 인한 경영 부실, 정치적 문제와 관련된 오너리스크까지 겹쳐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당국은 과도한 자금유출을 막는 동시에 11월 열릴 예정인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앞서 정치리스크를 안정화하기 위해 이들 기업에 대한 규제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14일 열리는 전국금융공작회의 개최 결과가 주목된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5년 주기로 열리는 이 회의는 1년이 지연돼 이번에 개최된다.
이번 회의는 중국 해외투자의 금융리스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기업의 해외거래가 자금세탁과 관련됐는지 여부, 사업타당성과 무관하게 진행돼 사업리스크가 높아졌는지 등을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 회의 결과에 따라 해외 인수합병을 제한하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어 중국 기업들의 해외투자 열기가 식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부동산과 호텔, 축구클럽 등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일부 업종을 엄격히 감독하겠다는 입장은 계속 반복돼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급작스런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약간의 숨고르기 후 다시 M&A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