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할당제, 역차별이냐 성장통이냐.. 깊어지는 서울‧지방 대학생 갈등
2017.07.16 09:04
수정 : 2017.07.16 09:04기사원문
최근 공공부문 채용에 블라인드 제도 및 지역인재 할당제가 도입된다는 소식에 서울 내 대학·지방대 학생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지역인재 할당제와 관련해 서울 내 대학생들이 ‘역차별’을 주장하자 도리어 지방대생들이 학벌주의로 인한 차별대우에 불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입사지원서에 학력과 출신지를 기재하지 않도록 해 공평하게 채용하겠다는 취지지만 인원 30%를 지역인재에 할당하는 제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서울 내 대학생들의 주장이다.
서울 내 대학생 J(21)씨는 “지방대 학생들과 동일하게 경쟁하는 건 적극 동의하지만 지역인재 할당제는 그들에게 특혜를 주는 걸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직접적으로 말해 지방에서 열심히 공부해 서울권 대학에 입학한 사람과 서울 출신으로 지방대에 들어간 사람 중 누가 더 인재인가”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 출신 직장인 B(32)씨 역시 “학력을 적지 않는 블라인드 제도와 출신 대학의 지역을 기재하는 지역인재 할당제는 양립할 수 없다”면서 “지역인재 할당제는 명문대 입학을 위해 노력한 학생들을 소외시키는 처사로, 지역인재 채용은 현행 제도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력차별에 대한 지방대 학생들의 불만도 만만찮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5.3%가 ‘출신대학에 따른 차별이 심각할 정도로 존재한다“고 답했다.
특히 정부가 지방 공공기관에 지역인재 채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를 보면 지난해 정규직 기준 지역인재를 채용한 공공기관 76곳 중 지역인재 비중이 30% 이상인 기관은 16곳(21.1%)에 불과했다.
경북 내 대학교를 졸업한 K(27)씨는 “대학 입학 후 취업준비를 독하게 했지만 학벌이 족쇄처럼 느껴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지역인재 할당제를 ‘만능 키’로 볼 수는 없지만 서울 과집중과 지방대 홀대가 개선될 여지로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강원권 대학생 P(20)씨는 “‘학벌은 노력의 결과’라는 주장은 공감되지만 서울 내 대학생들에게서 ‘지방대생은 우리보다 우수하지 않다’는 인식이 느껴져 불쾌하다”며 “지방대생을 무조건 채용해달라는 게 아니라, 합격요건을 갖춘 지원자 중 해당 지방에서 나고 자라 인근 대학교를 졸업한 이가 있다면 어느 정도 참작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역차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지역 균형발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민대 법대 김동훈 교수는 “블라인드 제도와 지역인재 할당제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도 하지만 학력·학벌에 집착하는 사회적 낭비를 줄이고 지방대학 진학을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제도”라며 “이 같은 취지로 미국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으며 국내 일부 공공기관에서도 지역인재를 우선 채용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동일한 선상에서 달리기를 한다는 목적으로 블라인드를 도입한 가운데 지역인재 할당제로 인해 지방대 학생을 다소 앞선 위치에서 출발토록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지역 발전이 사회적으로 주는 선영향이 큰 만큼 한번은 앓고 넘어가야 할 진통”이라고 말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