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신도 치매에 걸릴 수 있습니다

      2017.07.23 09:00   수정 : 2017.07.23 09:00기사원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길 잃은 노인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폐지를 주우며 길거리 생활을 하거나 보호자가 장기간 치매 환자를 돌보다가 살해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2014년 국내 치매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60세 이상 노인들은 암(33%)보다 치매(43%)를 더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했다.

미국은 암 다음으로 치매(22%)를 두려워했고, 영국은 죽음이나 암보다 치매(31%)를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는 과거에 망령, 노망이라고 부르면서 노인이면 당연히 겪게 되는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뇌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치매란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사람이 후천적인 원인으로 기억력과 여러 가지 인지 기능의 장애가 나타나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서울시가 치매 환자 가족 3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매 노인을 돌보는 배우자와 자녀의 절반 (55.3%) 이상은 ‘교대할 사람이 없어 홀로 돌본다’고 밝혔다. 치매 환자 보호자의 78%는 치매 환자를 돌보느라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시간을 축소했으며, 치매 환자 보호자 10명 중 6명은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 2015년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관리 비용은 2,033만 원으로 경제적 부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 노인 10명 중 1명 치매 환자, 2050년 270만 명 예상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치매 환자는 724,857명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5~69세 6.9%, 70~74세 6.6%, 75~79세 20.4%, 80~84세 25.8%, 85세 이상이 40.3%로 나이가 들수록 치매 환자가 더 늘어났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이다.

최경도 치매 환자는 126,125명 (17.4%), 경도 300,091명 (41.4%), 중증도 186,288명 (25.7%), 중증은 112,353명 (15.5%)으로 집계됐다.

치매 환자는 경기도가 136,9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115,835명), 경북 (58,981명), 경남 (54,300명), 부산 (49,840명), 전남 (47,328명), 충남 (43,402명), 전북 (39,154명), 인천 (32,916명), 대구 (32,057명), 강원 (30,063명), 충북 (26,910명), 광주 (17,780명), 대전 (17,066명), 제주 (10,888명), 울산 (8,652명), 세종 (2,774명) 순이었다.

국내 치매 환자는 2020년 84만 명, 2024년 100만 명, 2030년 120만 명, 2050년에는 27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도 치매와 전쟁 중이다. 대륙별로 살펴보면 2010년 기준으로 아메리카 780만 명, 유럽 1,000만 명, 아프리카 190만 명, 아시아 1,600만 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는 2030년 3,300만 명, 2050년에는 6,1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가장 심각했다.


■ 치매 원인 1위는 ‘알츠하이머병’,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혈관 치매, 루이체 치매, 전두 측두엽 치매 등으로 나뉜다.

가장 대표적인 치매의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55%~7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세포의 퇴화로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인지 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며 일생생활의 장애가 초래되는 만성질환이다. 매우 서서히 발병하여 점진적으로 악화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유병 기간은 9~12년이며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2배 정도 더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 치매는 뇌의 혈액 공급의 문제로 발생한 치매를 말하는데 전체 치매의 15~20%를 차지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있는 경우나 흡연, 과음을 자주 할 경우에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뇌졸중 이후 약 4분의 1 정도가 혈관성 치매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다리나 얼굴 마비, 발음장애 등 뇌졸중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보일 수도 있다.

루이체 치매와 파킨슨병 치매는 손의 떨리거나, 행동이 느려지고 뻣뻣한 움직임 등의 증상을 보인다. 보통 70대에 처음 나타나기 시작하며 전체 치매의 10~25%를 차지한다. 인지 기능 수준이 하루에도 자주 변하고, 몇 분이나 몇 시간 만에 달라질 수도 있다. 많은 환자들이 ‘집에 귀신이 있다’,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 등의 환시를 경험한다.

전두 측두엽 치매는 인간이 말을 하고, 생각을 하고 상황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두엽이나 측두엽 앞쪽에서 진행된다. 주로 50대에게 흔히 발병하며 전체 치매의 5~10%를 차지한다. 말을 이상하게 하거나 참을성이 없어지며 판단력이 저하되는 특징이 있다.


■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 어떻게 추진되나?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제시했던 공약인 ‘치매 국가책임제’가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추경에서 2,02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정책의 핵심은 치매 의료비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치매 문제를 개별 가정이 아니라 국가 돌봄 차원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보건소 치매안심센터는 전국에 47개소에 불과하다. 인력도 평균 1.6명으로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초기 대응 및 지속적인 지원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에 치매안심센터 205개소를 추가로 설치해 전국에 252개소 운영할 계획이다. 공립 요양병원에 치매전문 병동도 현재 34개소에서 45개소를 증설해 79개소로 확충한다. 이렇게 시설이 늘어나면 5,125명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치매 환자의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도 10%로 낮춰진다. 현재 건강보험의 본인 부담률은 경우에 따라 20~60%로 다양하다. 이에 오는 10월부터 치매 환자 중 치료가 필요하고 경제적 부담이 큰 중증 환자부터 90%를 지원한다.

치매 조기 검진을 위해 만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치매선별검사를 실시한다. 비용은 무료이며 검사를 통해 고위험군으로 판명되면 협약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실종 예방을 위해 인식표도 발급되며 요양등급에서 제외되는 치매 환자들을 위해 요양등급 산정 기준도 완화한다. 또한, 경증부터 중증까지 각각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치매환자를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의 처우도 개선된다.


■ 치매 예방 수칙 ‘3권·3금·3행’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삶까지 망가뜨리는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건복지부는 치매 예방을 위해 ‘3권·3금·3행’을 제시했다. 3가지를 즐기고, 참고, 챙기라는 것이다.

먼저 일주일에 3번 이상 20~30분씩 유산소 운동을 하라고 권고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요인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20분의 고강도 운동을 주 3회 이상 또는 30분의 중강도 운동을 주 5회 이상 하는 성인은 그렇지 않은 성인에 비해 치매 위험이 1.82배 감소한다고 밝혀졌다.

생선과 채소를 골고루 먹어야 한다. 노인의 인지건강에 영향을 주는 생활습관 요인 논문 분석 결과, 생선, 채소, 과일 등의 섭취가 인지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인 음식에는 견과류, 블루베리, 등 푸른 생선 등이 있다. 독서, 연극 등 문화 취미활동을 통해 뇌세포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줘야 한다.

참아야 되는 3가지 중 첫 번째는 절주다. 술은 한 번에 3잔보다 적게 마셔야 한다. 과음이나 폭음을 하면 인지장애의 확률을 1.7배 높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금연이다. 흡연자의 치매 발병 위험은 비흡연자에 비해 1.59배 높으며 현재 흡연을 하는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2년 후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확률도 3배나 높다.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운동을 할 때는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머리를 부딪쳤을 때는 바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3가지를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당뇨가 있으면 치매 위험이 1.46배 높아지고, 고혈압과 비만은 각각 1.61배, 1.6배 높기 때문이다.

가족과 친구들과 자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활동이 떨어지면 치매 걸릴 확률이 1.9배 높다. 따라서 자원봉사나 종교 활동, 경로당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끝으로 매년 보건소에서 치매 조기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치매를 조기 발견해 적극 치료하면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고, 가족들도 돌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치매는 누구나 걸리고 싶지 않지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다.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 삶까지 망가뜨리기도 한다. 나도 당신도 가족도 치매 환자가 될 수 있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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