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맏딸인 줄 알았는데…42년째 눈물짓는 母情

      2017.07.24 15:28   수정 : 2017.07.24 15:28기사원문
생김새가 꼭 닮아 42년 전 사라진 딸인 줄만 알았다. 잃어버린 친딸을 찾았다는 생각에 지극정성을 쏟던 어머니는 어느 날 딸로부터 충격적인 고백을 들었다. 자신은 친딸이 아니며 단지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 거짓말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충격을 받았지만 실망보다는 위안으로 삼았다. 새로운 딸을 통해 새로운 동력이 생긴 어머니는 지금도 42년 전 사라진 친딸을 찾고 있다.


24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운천동에 살던 신경하씨(47·여)는 지난 1975년 5월 9일 실종됐다. 어머니 한모씨는 이날 오전 3살 둘째딸과 6개월 막내아들을 데리고 시장에 갔다. 당시 5살이던 맏딸 경하는 동네 친구들과 놀겠다고 해 집에 남겨둔 채였다.

오후 2시께 한씨가 집으로 돌아왔으나 경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하가 집에서 약 1.5㎞ 떨어진 할머니 댁에 가는 걸 봤다는 마을 주민의 말에 한씨는 마음을 놓았다.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됐지만 한씨는 경하가 당연히 할머니 댁에서 자고 올 줄 알고 신경 쓰지 않았다.

한씨는 “평상시 수시로 다니던 곳이어서 걱정도 안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5살 애가 뭘 안다고 내가 너무 어른 취급을 했다”면서 “할아버지 수염을 메기수염이라며 붙잡고 놀고 아빠가 당시 택시를 운전하는 것도 기억하는 등 애교도 많고 똑똑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다음날 아침 경하가 할머니 댁에 가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한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지만 목격자도 없고 소지품도 발견되지 않았다. 한씨는 맏딸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무당을 찾아가 굿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몇 해가 지나 경기 안양시로 이사한 한씨에게 대구에서 친딸을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급히 대구로 내려한 한씨는 경하의 어릴 적 모습을 빼닮은 20살 여성을 보고 ‘너 경하 맞지?’라고 물었고 여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성을 집으로 데리고 온 한씨는 지극정성을 다했다. 딸과 함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쇼핑도 다니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3년을 함께 사는 동안 딸은 취직도 하고 결혼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씨는 딸로부터 충격적인 고백을 들었다. 사실은 자신이 경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한씨는 “딸이 ‘엄마를 보는 순간 내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며 “그 말을 듣는 순간 사지에 힘이 쭉 빠져서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하가 아닌 새로운 딸을 얻은 경험은 오히려 한씨에게 큰 힘이 됐다.
경하를 못 찾았다는 실망감보다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위안이 됐다. 고령에 몸이 불편하지만 덕분에 한씨는 친딸을 찾기 위한 활동에 다시 나설 수 있었다.
한씨는 “경하를 못 찾았지만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고 딸이 사실을 말해줘서 오히려 다시 경하를 찾을 수 있게 돼 고맙게 생각한다”며 “경하를 찾기 전까지 대신 경하로 살고 있으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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